[7장] 3-1) '아비정전' 둘만의 시간

7장. 둘만의 추억거리 / 3) 함께한 의미

by 휘련

3-1) 아비정전 (1990) - 둘만의 시간적 의미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 그 전 작품인 '동사서독'의 주인공들이 그대로 현대판으로 불러들어와서 마치 속편으로 연출해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거기에 왕가위 특유의 연결고리성 사랑의 실타래를 늘여놓아서 아직도 그 실타래가 관객 가슴 깊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장국영 유덕화 사이에 한 여인 장만옥. 사실 1편 장국영 중심이었다라면 아비정전 2편을 유덕화 위주로 흐르게 만들었고, 그래서 1편의 내용이 적은 것인데 아쉽게 2편은 만들지 못해서 내심 애석하다.


아비(장국영)는 1960년대의 홍콩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는 아버지 없고, 친 어머니도 아닌 양 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로운 사내다. 이 양어머니는 젊은 남자에 취해 돈을 뜯기면서도 거기에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처량한 중년 여인이다. 늘 장국영은 그러한 양어머니가 못 마땅하여 그를 유혹시킨 많은 남자를 찾아가 혼내키기 그지없다. 마치 중국의 부모를 잃고 영국 밑에서 자란 홍콩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반환을 기점으로 앞둔 시대에 암울한 정서로 다가서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사상이 짙어진 이 젊음을 어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편승되어서 살 수 있을까? 그래서 그는 발 없는 새와 같다.



발 없는 새. 이는 무슨 의미인가? 한 없이 날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날개 짓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발 없는 새는 땅으로 내려와 쉬어선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허공을 계속 유지하면서 떠 있어야 한다. 마치 삶의 정해진 시한부 마냥 죽음의 방식을 알지만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 벗어나는 공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는다. 바로 그 체력과 인내에 달려 있다. 홍콩의 90년대 젊은이. 마치 발 없는 새와 같다. 어디로 갈지 모른 채 그저 날개를 달아 날고 있다. 97년도 추후 몇 년 뒤면 생길 홍콩반환. 그 것은 다시 이 홍콩이 영국에서 다시 중국으로 보내는 시점을 바라봐야 하는 미래다. 그렇기에 길게 봐서 홍콩을 위해서 사회 구성원으로써의 어떠한 목적도 없다. 그저 땅에 닿지 않기를 갈망하며 몸부림 치는 것과 같다.


아비정전의 아비가 그러한 인물이다. 그는 한 여자에게만 사랑을 두지 않는다. 곧 버림을 받거나 버리기 때문에 여러 여자를 옮겨 다니면서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의 외로움이란 결코 이성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여자가 필요하나 한 여자가 아닌 여러 여자들 사이를 옮겨 다니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아비. 마치 사회주의적 성향에 편승하지 못해서 발악하는 홍콩의 이미지와도 같다. 그런 그는 마치 선수와도 같다. 발 없는 새의 잠시 쉴만한 둥지를 찾 듯. 그는 여자를 찾는다. 양 어머니와 놀아난 젊은 남자를 주먹으로 혼 내키고 나오는 모텔방에서 그 젊은 남자와 놀던 여자를 꼬시려는 처량한 신세가 바로 아비다.


너무나 자유분방한 그는 한 여인을 보고 흑심을 품는다. 그녀가 바로 수리진(장만옥)이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그녀를 사로잡은 뒤 결국 그의 뜻대로 자신의 여자로 취했고 삼았다. 때 되면 자신의 침실로 초대하여 사랑을 나누곤 했다. 그 과정 속에서 그녀가 묻는다.


"나와 결혼할 거 에요"


그는 당연한 질문을 받아 들인 듯, 쉽사리 이야기 한다.


"아니!"


그는 그런 인물이다. 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서 그 여인 장만옥은 화가 나서 이렇게 대답하고 사라진다.

"다시는 안 올 거에요"


그렇게 헤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외롭지만 늘 그 외로움을 탱고의 춤으로 추면서 위안을 삼는 외로운 조각의 일부다. 그런 아비에게도 사랑은 있을까? 하지만 그런 매정한 말을 한 후에도 장만옥은 그를 잊지 못하고 다시 그를 찾으러 나선다. 심지어 양어머니 곁으로 떠난 아비를 찾아 타국까지 가게 된 장만옥이다.


그렇다면 수리진이 이렇게까지 남자에게 빠져있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아비의 그 입담이 강렬하고 의미심장한 것도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그의 연약함이 한 없이 인간적이기에 끌리기 그지없다. 절대 동정하지 않지만 곁에서 도우고 싶은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비가 수리진을 처음 보는 것은 바로 손님이 매점직원으로 처음 본 것이다. 매력적인 그녀에게 그는 같은 시각에 늘 나타나서 늘 콜라를 시켜먹는 사내다. 그렇게 자신의 이미지를 내 품고 있다. 그런 당당하면서도 유치한 그가 그녀는 왠지 서서히 머릿속에서 맴 돌고 있다. 감성이 서서히 자극되어서 있는 찰나 그가 다가와 오늘은 특별한 대화를 하고 사라진 것이다.


"1960년 4월 16일 2시 59분에서 3시 사이. 이 1분을 평생 잊지 못 할거야"



바로 이 1분을 함께 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곁에 서서 시계 초침을 바라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엉뚱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래도 그녀는 싫었으나 그의 소원처럼 간절한 부탁을 들어줬다. 그리고 1분이 지나 떠나는 그의 말 한마디에 녹아버리게 된다. 바로 이 1분을 평생 간직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남들이 봤을 때는 별 의미가 없는 시간이지만 그와 함께한 1분은 그 어느 누구보다 기억할 것이라는 것이다.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녀에게는 그는 그런 기억 속에 있는 커다란 남자다. 그리고 아마도 그러한 의미를 부여할만한 자신. 또한 가치를 최대로 인정해줬던 유일한 남자로 기억이 되는 것이다.


* 아비정전 (함께한 1분을 소중히 기억하겠다는 장국영)

https://www.youtube.com/watch?v=fMe06Q8Bp4M


영화로 다시 돌아오자면 아비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세상에서 1분의 의미를 평생 간직하며 잊지 않겠다고 했다. 어쩌면 결혼보다 더 커다란 의미로 지니고 있다. 굳이 결혼 이라는 터울을 넘어서 평생의 영원한 사랑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흔한 '사랑해'라는 말보다 의미 있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유분방한 성격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 의미가 거짓인지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아이러니한 그의 의미. 아비는 결혼의 의미를 둔 사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랑방식의 목표는 결혼이라는 터울보다는 그 이상의 사랑을 바라는 것. 아마도 현실이 아니라 환상 속에서 자리 잡는 것을 쫓는 사람인 것이었다.

* 아비정전 (추억의 부스러기_KBS)

https://www.youtube.com/watch?v=Kmn3X9QB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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