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이별이 된 계기 / 1) 이별통보
상큼한 이영애와 풋풋한 유지태가 주연으로 더 감수성 깊은 영화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 봄날은 간다. 둘은 일적으로 알게 된 사이다. 둘이 처음 만난 장소는 강원도 춘천이다. 그래서 더 시각적으로 자연을 벗 삼아 그린 풍경이 많이 그려지고 있다.
사운드 엔지니어인 상우(유지태)와 지방 라디오 방송PD인 은수(이영애)가 담고 있는 소박하면서 잔잔한 사랑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친해지려고 상우는 은수의 곁에 바래다 줬는데 이건 왠 일. 여자가 적극적으로 이야기 한다.
"라면 먹고 갈래요?"
보통, '차나 한잔하고 가요'라고 하면 그럴 법도 한데, 아니 한 밤 중에 웬 라면인가? 그렇게 은수 혼자 사는 방에 들어가서 라면을 끓이다가 또 다시 여자의 적극적 멘트가 나타난다. 아마 이런 멘트는 모든 뭇 남자가 꿈에 그리는 대화가 아닐까? 살면서 이러한 프로포즈 이상의 의미를 받아 본 적이 있으랴?
"자고 갈래요?!"
국내 정서에 다소 파격적인 대화다. 그렇다. 아직 사랑에 어리숙한 상우보다 사랑에 이미 능청스러운 은수가 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사랑의 촛불을 킨 은수. 마지막 촛불을 끄는 것도 은수다. 둘이 결혼을 목표로 만나려 하지만 이미 이혼의 아픔이 있는 은수는 그러한 사랑이 두렵기만 하다.
둘은 그렇게 지내다가 그만 서서히 이별을 예감했다. 버스에서 내린 은수는 커다란 결심을 하며 기다린 상우를 보면서 다짜고짜 이야기를 한다.
"'우리 헤어지자"
"내가 잘 할게"
"헤어져"
잠잠하다. 오랫동안 침묵이 흐른다. 모든 연인들에게 이러한 통보! 싸우다가 홧김에 내 뱉을 수도 있지만, 첨이 아니라 두 번 연이어서 말한다는 것은 거의 확정적이지 않았을까?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하..하"
여자도 남자도 말이 없다. 그렇게 얼굴 굳게 서 있는 은수. 그러한 은수는 정말 차갑게 변해버렸고, 이에 가슴아프지만 현실을 인정하는 상우는 그녀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헤어지자."
그렇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사람도 취향이 변하고 입맛도 변하기에 사랑도 변하는 것이다. 마치 신이 만든 최고의 작품인 자연환경도 때에 따라서 시시각각 날씨가 다르고 강산도 변하는데 사람의 마음도 오죽하랴? 사랑도 변하기 마련이다. 너무나 지겹고 지치면 그만큼 매너리즘에 빠져서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막상 그럴 수 없음은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사실상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다 마지못해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현대인의 삶이기도 하다. 매너리즘이 이렇게 지친 사람에게 사랑마저 위안이 되어야 하는데, 그마저 지치게 한다면 싫증이 나는 것이다. 제 아무리 숱한 이벤트로 한다하여도 어쩌면 그때 뿐이다. 지겹고 매번 같은 사랑은 그 사람이 누구냐를 넘어서 사랑이 아니라 일처럼 느끼진다면 꽤나 슬프지만 봉사처럼 느낄 수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사랑만 할 수 없고 일만 할수도 없다. 사랑과 일은 동시에 공존한다. 너무 한 쪽에만 치우치면 살아갈 수 없다. 어쩌면 사랑하기에 그 형편적으로 안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것이다. 즉 사랑 때문에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사랑이 너무 지겨워 일처럼 느껴진다면 사랑이 아니라 일하고 난 뒤 다시 일을 하는 식이다. 이러니 아마 이별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사랑은 일과 다르다.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같이 극복하고 안위함을 찾아야 한다. 어떠한 댓가를 바라서는 안 된다.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정서적인 안정감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상대가 어떠한 댓가를 원하거나 짙은 구속과 자신을 인정하지 않게 되면 사랑이 아니라 일처럼 느껴진다. 마치 벗어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일로 지쳐 있는 사람들이다. 성인 현대인에게 어쩌면 사랑만이 유일한 즐거운 희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사랑마저 지치게 한다면 이별을 선포하기 마련이다.
'봄날은 간다' 영화에서도 유지태는 이영애를 서서히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그 속에서 이영애는 오랜 생각 끝에 축적되어서 한 말이 '그만하자'는 것이다. 모든 게 함축적으로 담겨진 말이다. 남자가 봤을 때, 여자의 이 한마디가 현재의 상황에 있어서 비롯된 말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여자의 말 한 마디는 단순히 지금의 상황의 대한 결말이 아니라 그 동안 지내면서 서서히 여기었던 생각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 그 절정에 이르게 되어서 폭발이 된 것이다. 더 재미난 것은 여자는 차분히 그리고 겸허히 이 현실에 슬퍼하고 있으며, 남자는 이와 다르게 흥분하면서 보채고 있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그저 입버릇처럼 하는 말로 여기고 있다. 참으로 평범해 보이게 그리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렇게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혹시 길거리다가 말싸움으로 두 연인이 헤어지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혹은 커피숍에서 두 연인이 헤어져 각자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경우를 봤는가? 아마 '봄날은 간다'와 같은 심정을 많이 목격해 봤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도 끝난 적도 있을 것이다. 사랑은 위대해 보이지만, 그 이별은 처량해 보인다. 쓸쓸한 뒤 안길에서 우는 비둘기의 노랫소리와도 같다. 구슬프게 울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 봄날은 간다 (이별하자는 이영애와 사랑이 어덯게 변하냐는 유지태)
https://www.youtube.com/watch?v=c5Vr6vMpcvk
저자가 커피숍에서 친구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여자가 큰 소리로 화를 내는 걸 봤다. 남자가 헤어지자는 소리에 여자가 광분한 듯 했다. 그리고 지갑안에 카드를 내팽기치면서 남자 얼굴에 던진다. 그리고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테이블에 두면서 하는 말을 잊지 못한다.
"이걸로 끝이야. 전화하거나 다시 만나자 그따위 소리 하기만 해! 지긋지긋하니깐"
아마도 둘은 오랫동안 사귄 듯 하다. 지긋지긋한 단어가 나오다니. 너무 오래사귀고 그 속에서 발전이 없으면 사랑이 지치기 마련이다. 하도 둘의 목소리가 커서 두 커플의 내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을 듣자하면 남자는 공부하는 학생인데 너무 여자친구를 챙겨줄 수 없는 걸 이해해달라는 것이었고, 그래도 여자는 우리도 커플인데 좀 자주 만나자는 거였다. 또래 친구에 비해서 너무 솔로처럼 지내는 게 싫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다른 남자에게 차라리 가는 게 더 낫다고 말을 하니 남자가 헤어지자고 한 것이었다. 둘은 어차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듯 하다.
이별통보. 직접 만나서 하면 화끈하게 끝장이 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아마 다시 연락하지 말고 서로 각자 잘살자는 뜻에서 결정을 짓는 마지막 만남이 아닐까? 그나마 마지막 만남으로 이별통보는 서로의 인격체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좀 아쉽게 헤어지는 것은 물론 용기가 나지 않아서지만 전화로 이별통보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는 좀 억울할 정도다. 요즘 10대는 문자로 이별통보를 한다는 상황도 있는데, 어찌 몇마디 말로 이렇게 사이가 남이 될 수 있을까? 혹은 미니홈피 방명록으로 이별통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별통보의 방식마다 저 마다 특징이 있겠지만 모두 다 끝을 위한 결정적인 마무리 방식이다. 싫던 좋던 더는 연인사이를 지낼 수 없다면 확실한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때로는 정말 두 사이를 발전을 위해서 더 잘 맞는 짝을 찾아서 떠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분위기가 환송회가 될 수 없지만, 더 버티는 가슴아픈 슬픔보다는 한 시름 놓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둘이 합의하에서 헤어지지 않기에 이 한 쪽이 가슴이 아픈 것이다. 그저, 갑작스러운 비보를 듣고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별통보는 주는 자 받는 자 모두 다 가슴이 아플 것이다. 다만, 그 이별통보가 가식적으로 대하고 뒤에서 바로 또 다른 이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에 대한 반칙이다.
* 이별의 대한 순서
1) 이별통보 => 2) 서로 여운을 정리 => 3) 각자의 또 다른 사랑찾기
사랑은 때로는 함께 한 사람과 작별을 해도 그 여운을 간직하면서 슬퍼해야 하는 게 도리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 서로에 대한 여운을 정리하지도 않는 채 건너뛰게 된다면 전의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