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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피디 Jul 13. 2021

좋은 환경 다큐멘터리의 조건

<환경스페셜>

환경 다큐멘터리의 목표는 환경에 관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해 친환경적 행동을 취하도록 설득시키는 것이다. 즉, 좋은 환경 다큐멘터리는 환경보호의 사회적 가치를 정당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천적 행동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다면 KBS ‘UHD 환경스페셜’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을까?


 금월 1일 방영한 17회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편에서는 한 해 1000억 벌의 옷이 만들어지고, 그중 330억 벌이 버려져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버려진 대부분의 옷들이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아프리카 가나의 오다우강의 오염 등을 예로 보여준다. 이미 상당 수준으로 환경오염이 진행 중이라는 심각성을 인식시키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적이지만, 눈에 띄는 피해를 해외 사례만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전달하려는 환경적인 메시지와 국내 시청자 개인의 관련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친환경적 행동은 개인의 추가적인 비용과 번거로움을 필요로 함과 동시에 강제적인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 이 특성은 개인이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도록 영향을 준다. 따라서 관련 메시지를 개인에게 현실적으로 느껴지도록 전달해 친환경적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와닿지 않는 해외의 피해 상황은 국내 시청자를 설득시킬 만한 심각성을 전달하지 못한다.

 

 또한, 과도한 섬유 생산량과 이것이 유발하는 환경문제의 심각성만을 전달할 뿐, 뚜렷한 해결방안을 제안하지 않는다. 2020년 한국 P&G와 자원순환사회연대가 국내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실천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5% 이상이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페트병 배출 시 라벨지 제거, 배달음식 포장 용기 사용량 줄이기, 종이 박스 사용량 줄이기 등의 실천율은 30%가 채 되지 않았다. 위의 결과는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응답자 중 대부분은 친환경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대답했다. 즉, 시청자 개인이 직접 실천할 수 있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처한 상황에만 주목한다면, 자칫 환경문제가 뜬 구름 잡는 소리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버려지는 옷에서 비롯된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것이 현재의 사회 구성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흔히 친환경적 행동의 핵심 가치로 깨끗한 자연환경을 유지해 이어지는 세대에게 전달하자와 같은 미래지향성이 강조된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의 결과를 근거로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메시지는 설득력이 없다. 시청자가 환경을 위해 변화할 경우, 당장 느낄 수 있는 뚜렷하고 예측 가능한 가치를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좋은 환경 다큐멘터리는 환경에 대한 시청자의 실천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작된다. KBS ‘UHD 환경스페셜’이 좋은 환경 다큐멘터리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 사례, 실질적인 가이드라인, 예측 가능한 가치의 부재를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김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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