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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피디 Sep 29. 2021

'라디오'라는 호기심을 자극하다

<스테이션Z>

 라디오가 가져야 할 단 하나의 미덕은 친근함이다. 과거의 라디오는 출퇴근길과 등하굣길에 딱히 다른 할 일이 없던 사람들을 반겨주던 매체였다. 매일같이 듣는 DJ의 목소리는 말 그대로 가족 같았다. 디바이스 혁명과 네트워크 진화를 수년간 거친 끝에 N스크린 시대가 다가왔다. 경쟁자가 무척이나 많아졌다. 광고가 없는 음원을 듣거나, 뉴스를 보고 심지어는 영화도 본다. 이런 시대에 <스테이션Z>는 라디오로서는 신선한 시도를 선보였다. 매일 DJ가 바뀌는 변화무쌍한 동시에 모두 1020세대에게 친근한 ‘셀러브리티’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1020세대에게 라디오라는 매체를 소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존 라디오는 방송을 통한 청취자와의 패밀리십을 가장 큰 우선가치로 여겼다. 일주일 내내 같은 디제이가 진행하기에 깔끔하고 정제된 각각의 코너를 대본에 따라 성실하게 운영해왔다. 실시간으로 청취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피드백하면서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잡아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스테이션Z>는 라디오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내던지고 실험하고 있다. 매일같이 다른 출연자라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부 에피소드는 따로 대본이 정해지지 않은 '애드리브'로 진행하기도 했고,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하는 등 출연자들의 감성을 담았다. 청취자의 사연을 선정할 때에도 1020세대의 정서를 반영한 질문들로 거리감을 좁혔다.     


 즉흥성에 기반한 이 기획은 유튜브 콘텐츠 재생산에도 유리하다. 다시 보기와 클립 영상은 출연한 셀럽의 기존 팬층에게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샤이니 키, 쌈디와 같이 DJ의 지인을 섭외해 깜짝 연결을 하면서 실제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셀럽의 꾸며지지 않은 모습을 보고 싶은 대중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다양한 셀럽이 출연하기 때문에 '보이는 라디오' 기록은 단순히 일회성으로 지나가지 않고 검색을 통해 계속해서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호불호'다. 구체적으로 정해진 형식 없이 매일 바뀌는 셀럽에 방점을 두게 된다면, 신선함도 잠시 일지 모른다. ‘어제는 재미있게 들었는데 오늘은 관심 없는 진행자가 나왔다면’ 흥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유튜브 채널이 아닌 KBS 라디오에서 지속적인 청취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셀럽 DJ로 포섭한 'MZ세대'에게 <스테이션Z>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한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스케치북 같은 기획이다. 다양한 색이 어우러진 무지개 그림이 될지, 모든 색이 합쳐진 검은 종이로 남을지 결정할 요소는 DJ의 매력과 프로그램의 색깔, 그 사이 균형이다.     


최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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