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찰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다문화 사회다. 이제 거리에서 쉽게 외국인들을 목도할 수 있으며 지방자치장 선거에까지 외국인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하니, 이들을 우리의 가까운 ‘이웃’으로 인식할 때가 되었다. 이들이 먼 타지 생활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웃집 찰스>를 보면 대다수의 외국인들이 이제 American Dream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Korean Dream을 꿈꾸는 것 같다. 한국에 오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이 그들의 발길을 이끈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 청년들도 N포 세대라고 불리는 차가운 현실은 외국인 청년들에게도 진배없다.
그런 녹록치 않은 현실을 <이웃집 찰스>는 반영하고 있다. 태권도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왔지만 포기하고 번역가 일을 하고 있는 마토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현실을 ‘어떻게’반영하여 보여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 ‘꿈까지 좌절된 마토의 이야기’를 <이웃집찰스>는 지나치게 미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한다.
과거 ‘국뽕’이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돌았다.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을 때, 김연아 선수가 메달을 땄을 때 ‘국뽕 차오른다’는 표현을 청년 세대에서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취업이 어려워지고 나라 경제 자체가 침체되어 있다. 코로나로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 무대조차 협소 해져 좋은 소식이 들릴 일은 만무하다. ‘국뽕’이라는 것이 현재 청년 세대에게 차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청년 세대들의 눈에 <이웃집 찰스>가 소개하는 외국인들의 삶은 매우 한국을 미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웃집 찰스>에서 마토는 한국의 문화재를 돌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하고 시장을 돌며 한국인의 인심을 느꼈다고 한다. 즉, 한국을 너무 사랑하는 청년으로 그려냈다. 이를 시청하는 1020청년 세대는 아무런 공감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꿈이 좌절된 상황’은 비단 마토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청년 대다수가 공감하는 상황일 것이다. 어느 누가 꿈이 좌절된 현실 속에서 무한 긍정을 고수하며 한국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렇게 한국이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배우를 준비하는 청년이 나와 KBS에서 즉석 오디션을 보았던 장면이 있었다. 그 때 즉석 오디션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청년은 자판기를 뽑듯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줬다. 이를 보며 많은 청년 세대가 ‘저렇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 느낄 수 있었고 그 청년에 대한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죽어라 노력해도 아직 나의 무대를 가질 기회조차 없는 게 요즘 MZ세대의 현실이다. <이웃집 찰스>도 더 현실을 현실 답게 소개해야 한다. 그랬을 때 1020 청년들이 더 공감과 흥미를 느끼며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면 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중간에 핸드폰을 쳐다보게 되는 횟수가 많아지고 그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 팬심이 생기지 않는다.
<이웃집 찰스> 속 외국인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외국인 청년들을 주로 다루는 만큼, 더욱 그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고충, 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떨어지는 점들을 솔직하게 다루고 궁극적으로 ‘한국 정말 쉽지 않은 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공감을 느끼는 콘텐츠일수록 챙겨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이웃집 찰스>도 더욱 공감이 가는 콘텐츠로 변모해 청년 세대가 챙겨보게 되는 프로그램으로 도약할 때이다.
박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