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박부동산>
KBS <대박부동산>은 21년 8월, 최고시청률 7%로 종영하면서 1020세대에게도 큰 인상을 남겼다. 우선 판타지 장르드라마로서 VFX를 도입한 판타지 연출 진전이 확실하다. 지상파 드라마가 흔히 겪는 ‘결국 로맨스’에 깊이 빠지지도 않았다. 기획 부동산, 스토킹 등 사회적인 갈등 소재를 적극 차용해 주거를 둘러싼 현실 사회를 떠올리게 했다.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작품 설정은 1020 시청자의 공감을 부르고 삶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다만 전체 플롯인 부동산 갈등의 정점에서 거대악을 ‘건설사 회장’으로 한정한 점이 아쉬웠다.
<대박부동산>은 ‘귀신들린 집을 처리해 달라’는 의뢰인들의 사연을 옴니버스 방식으로 구성했다. 대학생, 노인, 부부 등 다양한 세대의 ‘집’을 둘러싼 이야기는 뉴스에서 보고 주변에서 전해 듣는 친숙한 이야기다. 1020세대가 현실 참여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중요시 여긴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한 시청 포인트다. 게다가 로맨스 웹콘텐츠의 범람으로 지상파 드라마가 로맨스를 챙겨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었다. <대박부동산>은 트렌드와 사회적 요구에 정확히 부응했다. 주연 간의 로맨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포함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야기가 풍성해지는 만큼 각 사연의 흐름은 간결하고 빨라졌다. 1020세대도 드라마가 요약된 숏폼 콘텐츠를 통해 <대박부동산>에 빠져들었다.
<대박부동산>은 ’오해’를 발견하는 ‘퇴마사’들에게 윤리적 역할을 부여했다. 퇴마사가 악귀를 소멸시키면 망자의 기억이 흘러 들어온다. 이를 통해 ‘선악구도’나 ‘복수’가 아닌 현상의 다층성을 드러낸다. 퇴마사는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오해로 50년 간 서로를 등진 남매를 화해시킨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계층의식이 자식을 죽인 진실을 드러내기도 한다. 갈등 주체들이 미처 바라보지 못한 맥락을 발견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겉으로만 봐선 진실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교훈을 시청자에게 전해주기도 한다.
다만 전체 플롯의 ‘최종 빌런’을 건설사의 회장만으로 한정하는 설정은 다소 피상적이다. SBS ‘모범택시’가 사적 복수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구조적 문제의식을 끝까지 놓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인공이 악을 무찔렀단 통쾌함은 제공했으나 드라마의 주요 컨셉인 부동산 문제에 대서는 비극적인 피해자만 제시할 뿐이었다. 부동산을 둘러싼 섬세한 이해관계를 재현하거나 구조적 원인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드라마 속 ‘귀신’과 ‘한’이라는 한국적 정서는 시청자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과 조언을 건넨다. 망자의 ‘한’을 반복적 체험한 끝에 냉정해진 퇴마사 ‘지아’는 ‘인범’을 만나면서 따뜻한 인간성을 회복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개개인은 공동체 속 역할과 ‘더 나은 삶’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1020세대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삶의 정상규범이 해체되는 현대사회에서 태어나 자라왔다. 그 탓에 타인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를 규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로 인한 소통의 부재는 늘어나는 청년 우울증과 은둔형 외톨이의 원인이기도 하다.
“고마운 일 있으면 고맙다고 말을 하고 미안한 일 있으면 미안하다고 하고, (중략) 하고 싶은 말, 해야할 말은 하고 살아야 원귀가 안 되는 거야.”
퇴마사의 스승인 ‘염 사장’이 표현이 서툰 ‘인범’에게 건넨 말이다. 실제 사회에서는 소통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줄어들어 갈등이 넘쳐난다. 유독 염 사장의 통렬한 조언이 귀에 맴돈다. 시청자의 삶에 깨달음을 주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박부동산>의 존재가치는 보증된 셈이다. 앞으로도 현실의 사회문제를 섬세하게 재현해내고 더 나은 공동체를 상상하는 KBS 드라마를 기대한다.
최중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