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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피디 May 24. 2021

<옥탑방의 문제아들>과 <유퀴즈>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

 ‘토크’라는 장르와 ‘퀴즈’라는 키워드를 합친 예능프로는 예전부터 많이 존재해왔다. 그중 어떤 것들은 유쾌한 토크에 긴장감 있는 퀴즈가 더해져 마치 탕수육과 탕수육 소스 같은 좋은 궁합을 만들어 냈던 반면, 어떤 것들은 토크와 퀴즈 중 어느 하나의 재미도 주지 못하는 마치 짜장과 짬뽕을 한 그릇에 비벼 놓은 듯한 정체불명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리고 아쉽게도 <옥탑방의 문제아들>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아 보인다.


 먼저 토크와 퀴즈의 좋은 궁합 사례부터 짚어보자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있다. 유퀴즈에서 퀴즈의 역할은 게스트와의 토크를 마무리하는 역할이다. 이때 퀴즈 질문 자체는 토크의 맥락과 관련 없다고 해도 괜찮다. 유퀴즈의 핵심은 유재석과 조세호가 게스트로부터 듣게 되는 인생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게스트의 인생담은 시청자의 가슴을 울리고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그리고 시청자는 퀴즈를 맞히는 게스트를 응원하게 된다.


 반면 옥문아에서는 퀴즈가 오히려 토크의 맥을 끊는 역기능을 하고 있다. 토크의 맥락과 관련이 없는 퀴즈가 토크와 토크 사이 군데군데 배치되어 시청자뿐만 아니라 출연진의 토크 몰입조차 방해하고 있다. 시청자, 고정 출연진, 그리고 게스트 모두 토크에 집중하지 못하고, 동시에 퀴즈에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는 것이다.


 옥문아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정 시청자층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정 출연진들 간의 조화다. 누군가 톡톡 튀고, 재치 있는 토크를 한다면 누군가 구심점이 되어 분위기를 조율하고 토크를 진행하는 역할을 해야 좋은 토크 콘텐츠가 된다. 그러나 옥문아의 고정 출연진들은 아쉽게도 어떠한 캐릭터나 역할도 없이 각자의 흐름대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김용만과 송은이는 메인 MC로서 토크의 진행을 이끄는 역할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듯 보이며, 정형돈과 민경훈 또한 각자의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대화 내용도 게스트의 취향, 근황을 물어보는 토크에 머무를 뿐 별다른 색깔이 없다.


 옥문아는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퀴즈가 토크의 맥락을 끊지 않으려면 퀴즈 질문이 토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될 필요가 있다. 게스트 사전 인터뷰를 기반으로 전반적인 토크의 흐름을 예측하고 그 흐름과 연관된 퀴즈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옥상에서 10문제를 맞혀야 탈출한다는 설정을 시청자에게 더욱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이 옥탑방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줄 만한 세트장, 그리고 퀴즈를 맞히고, 틀릴 시에 부여되는 보상 체계나 벌칙 체계를 통해 프로그램 전반에 긴장감과 재미를 더해야 한다.


 근황 묻기나 작품 홍보로 토크를 채우는 건 진부하다. 옥문아만의 특색 있는 토크 포인트 설정이 필요하다. 가령 ‘옥탑방에 갇혔다.’는 설정에 맞게 ‘게스트가 무언가 잘못을 해 옥탑방에 갇혔고 그 사연을 소개하며 스스로 반성하며 퀴즈를 풀어 옥탑방으로부터 벗어난다.’는 등의 설정 포맷을 만드는 것이다.(진지한 의미의 ‘잘못’과 ‘반성’이 아닌 예능적 설정이다.) 그리고 잘못과 반성의 내용을 토크의 구심점으로 잡고서 중간중간 퀴즈를 배치한다면 극적인 토크와 긴장감 있는 퀴즈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출연진의 명확한 캐릭터와 역할 설정이 필요하다. 김용만, 송은이는 메인 MC로서 토크의 중심을 잡고 정형돈, 민경훈은 톡톡 튀는 토크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단순히 옥탑방의 ‘문제아들’로서 각자의 흐름대로 말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옥탑방 아래 호흡하는 ‘팀’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송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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