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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피디 May 24. 2021

우리가 듣고 싶은 건 청춘의 목소리

KBS <컴백홈>

  낮은 취업률, N포 세대로 대표되는 ‘청춘’의 모습,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내 집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들까지.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KBS는 국민 MC 유재석을 주축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 <컴백홈>을 선보였다.

 

 좋은 취지의, 신선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청춘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프로그램은 내내 스타가 ‘금의환향’했다는 표현을 쓴다. 어려운 순간을 보냈던 스타가 성공해 이전에 살았던 ‘작고 허름한 집’을 다시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청춘은 과거 스타가 겪었던 고난을 겪고 있는, 작고 허름한 집에 사는 안쓰러운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런 존재에게 선물의 의미로 집을 새롭게 꾸며준다. 20대 청년으로서, 이러한 시혜적인 시선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가 프로그램에 청춘의 이야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닝 토크부터 스타와 스타의 친구와의 대화가 주를 이룬다. 현재 집주인인 청춘을 만나도 ‘하고 있는 일’과 같이 형식적인 질문뿐이다. 청춘의 삶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이 끝나면 기억에 남는 건 오로지 스타와 스타의 친구뿐이다. 이러한 모습은 기사에서도 나타난다. <컴백홈>의 경우 대부분의 기사 내용이 연예인에 집중돼 있다. “'컴백홈' 유재석 "창경궁서 인생 첫 미팅" 고백”, “'컴백홈' 김민경 "신인시절, 여성용품 살 돈도 없었다"”와 같은 식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청춘에 대한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청춘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무튼 출근' 백화점 지원팀 막내의 진땀나는 밥벌이 공개”, “'아무튼 출근!' 집배원 한창훈 "오빠·형으로 불렸으면"” 등과 같이 일반인에 대한 기사를 많이 볼 수 있는 MBC<아무튼 출근!>과 대비된다. 청춘의 이야기가 주가 아니다보니 청춘을 응원하고 위로하는 <컴백홈>의 방식에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된다.

 

 우리가 스타에게 듣고 싶은 건 함께 출연한 친구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가 아닌, 그렇게 힘들었던 청춘을 어떻게 버텼는가다. 청춘에게 듣고 싶은 건 그들이 원하는 인테리어가 아니라 어떤 청춘을 보내고 있는지다. 또한 ‘스타와 청춘의 주거 평행이론’이라는 주제에 맞게 스타와 청춘의 진솔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만약 내가 <컴백홈>을 연출하는 PD라면 청춘에게 좀 더 집중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스타 친구’ 게스트없이 진행할 것이다. 세 MC의 오프닝 분량을 줄이고, ‘추억 파티 타임’이나 ‘컴백홈로드’도 청춘과 함께 하는 등 청춘의 분량을 늘릴 것이다. 다른 MC 없이 스타와 두 사람이 청춘이라는 공통점 속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갖는 시간도 만들고 싶다. 또한 이들을 연결하는 매체가 ‘집’인 만큼 인테리어 과정에 스타가 함께하면 좋겠다.


 <컴백홈>이 ‘착한’ 예능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요즘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일반인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마음도 반갑다. 이제 막 6회를 넘긴 이 예능이 기획의도를 좀 더 살려 청춘이 원하는 위로와 응원을 주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


노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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