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빛이 커튼에 조용히 스며들면 마침내 아침이 오며 어제와 다른 오늘이 펼쳐질 것이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더니 호수 가득 안개가 피어올랐다.
보이지 않은 오늘 하루처럼 흐릿하다.
정해진 하루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신이 필요하다. 신에게 누운 곳에서 일어나 앉아서 기도해본다.
오늘 하루 잘 살게 해 달라고.
하지만 신이 내 얘기를 들을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침이 열렸듯이 신도 해야 할 일이 차고 넘칠 것이다.
하지만 듣지 않으시 던 지 들으시던지 나는 오늘도 구시렁거린다.
밥을 먹고 주섬주섬 챙겨서 나가니 하늘이 맑게 갤 준비를 하고 있다.
안개는 거의 걷히고 시야만 여전히 흐릿하다.
나의 초점도 흐릿하고 정신은 아직 덜 깨어있는 착각이 든다.
나도 깰 준비가 필요하다.
나는 늘 깨어있는가? 나의 의식의 에너지는 무엇을 행해 달려가는가?
오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무엇이 옳은 일인지를.
창문 밖만 안개속이 아닌 나 자신도 안갯속이다.
실습이 한 편의 논문 형식이라 아직 주제도 연구 모형도 아무것도 정한 것이 없이
날마다 의식 없는 시간을 헤매느라 나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정신을 차리고 집중해본다. 몇 시간을 앉아있지만 길을 잃었다
이제까지 살면서 길을 잃은 적이 너무 많다. 지금도 남편이 늦게 오는 날이 지속되거나 사춘기 아들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때 길을 마구 잃으며 좀 더 어릴 때는 일에 치여 아이들과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할 감정들에 치여 마구 헤맸다.
어떡하면 좋을까? 그냥 두 손을 모았다.
두 손을 모은다는 건 좋다. 다른 사람과 손을 잡는 것도 기분이 좋고 내가 내 손을 마주 잡는 일도 좋다.
내 두 손을 모으고 그 사이를 마음으로 채워본다.
두 손을 모으면 더 이상 공간이 없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그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건 내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닌. 그 무엇. 절대자의 공간.
겸손이 내 삶을 내려놓는 공간.
그 공간을 내어준다면 그 공간에 평화가 찾아온다.
평화가 찾아오면 안개 낀 삶에 빛이 비친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곳을 비춘다.
지금 내가 어디만큼 서 있는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물어야 할 시간이다.
이제는 스스로에게.
그래서 신에게 나의 가야 할 방향을 정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춘 그 빛으로 나 스스로 전진하는 것이다.
그건 바로 신이 주신 자유의지일 것이다.
신이 나의 모든 것들 다 해준다면 어떨까?
아마 나는 영원히 안갯속을 헤맬 수밖에 없다.
나의 능력을 개발하려고도 나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 마냥 어린아이가 될 것이다.
몸은 커졌지만 마음의 성장은 지체되거나 멈출 것이다.
오늘도 용기 내 본다.
나의 삶은 힘들지만 그래도 내가 어떻게 창조해가느냐는 즐거움도 분명 있다.
안개속을 잠시 헤매기도 하지만.
힘들 때는 조금 기대고 두 손도 모으고.
오늘도 부족하고 갈 길 몰라 헤매도 기쁘고 감사하다.
모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