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마냥 행복한 일만 기술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도, 불행도, 슬픔도, 화남도, 분노도, 울화통도
적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어느샌가 유쾌하고 발랄하며 의미 있어 보이는 글만 쓰려고 집착했다.
오늘은 머리가 매우 아픈 날.
즐겁지 않다.
유쾌하지 않고 몸도 마음도 무겁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 인 채로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다.
과제며 논문 같은 실습 보고서며 시간은 촉박하고 하기 싫다.
뭐하는 제대로 못하는 것 같은 나는
나와의 약속으로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약속은 어느 순간 나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은 자괴감이 스멀거리며
나를 힘들게 할 때 어김없이 자기 전에 책상에 머리를 박고 앉아 있다.
상담 검사로 방문한 학교.
한 아이가 머리를 박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
검사지를 아무리 봐도 믿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고
그림을 그려도 그린 부분을 또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고
명암을 넣고 또 넣고
손에 검댕이가 시커멓게 물이 들어도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스스로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도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친구들은 모두 나갔어도 홀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힘든 아이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어른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서 그 답답함에 가슴이 메여왔다.
그 아이의 마음이 오늘 책상에 앉은 내 마음과 같다.
그 아이가 하루 종일 마음에 걸려 내 마음도 아픈가 보다.
도대체 나도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나도 알 수가 없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