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달빛의 끝에 걸려 있다.
몇 시간이 지나면 내일이라는 시간이 아침해와 더불어 시작될 것이다.
나의 고단한 몸은 이제는 평화와 안식을 간구한다.
가장 깜깜할 때가 바로 새벽이 동터오는 때이지요.
평화로 가는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시나요?
곧 새벽입니다.
우리에게 희망이 밝아올 것입니다.
- 이해인 수녀의 시 <평화, 평화로 가는 길은> 중 일부
그렇다. 가장 깜깜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때가 바로 새벽녘이라는 걸.
하지만 그 깜깜한 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고
가장 포기하고 싶을 때이다.
그 두려움을 맞서서 이겨내야 아침을 볼 수 있는데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일은 돈키호테가 수많은 허상들과의 싸움보다 더 어렵다.
하지만 돈키호테가 더 나을 수 있다.
본인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면 밀고 나가는 패기는 갖추었으니.
농부의 딸이 애절한 둘시네 공주가 되며 벤타 델 키호테 여관이 아름다운 성이 된다.
물론 그 성의 주인은 성주가 되어 기사 작위도 받게 된다.
풍차는 물리쳐야 하는 거인이다. 싸우러 달려들지만 풍차에 부딪쳐 말과 함께 날아가 버렸지만.
물론 모두는 거짓이지만 돈키호테는 무척 진지하고 사실이라 생각한다.
현실에서 환각과 환시와 환청과 싸우는 많은 사람들은 삶이 모두 정지될 정도로 가볍지 않다.
소설처럼 아름답지도 유쾌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정신을 차리고 있으면 내가 누군가를 해치려고도,
내가 내 자신의 목을 짓누르는 등 위험의 순간들도 일어난다고 한다.
남들이 나를 향해 비야냥 거리 거나 조롱, 또는 비웃는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공격한다.
마치 연극 배우처럼, 한 편의 영화처럼 나를 향하여 온갖 음모와 계략이 난무한다.
실제로 돈키호테처럼 하나의 소설같은 이야기를 혼자 만들고 있다.
그 기저 아래에는 내 안에 수많은 이야기가 잠들지 않고 나를 깨우고 있으며
수많은 나의 욕구와 자존심과 죄책감. 수치심. 나를 비판하고 억누르고 또 억누른 수많은 감정들이
엉키고 설키어 복잡하게 엮여있어 그 불안감이 어디선가 폭발하지 못하고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껏 내 마음을 놔주면 어떨까?
내가 내 자신의 마음을 잘 봐주면 어떨까?
화가 나면 조금 화도 내 주고, 짜증이 일면 조금 짜증도 낼 줄 알며
외롭다고, 힘들다고, 사는게 재미없다고 악다구니를 쳐볼 줄 도 알아야 한다.
마음껏 흐뜨러지고 마음껏 되는 대로 살아봐야 한다.
마음껏 울어서 흘려보낼 수 있도록.
내 마음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지 않기 위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좁히지 못해 나를 스스로 가두지 않도록
그 자유를 나에게 허해야 한다.
새벽이고 칠흙같이 어둡지만 내가 나를 믿고 그 희망을 내 자신에게 걸어야 한다.
그러면 아침이 밝아오듯 희망의 해가 떠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