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할머니 같지?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그래도 오늘은 걸을만하네"
"할머니 같긴. 아직도 팔팔하고만" 하지만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데
암 크기가 많이 커서 당장은 수술이 어렵고 항암치료로 사이즈를 줄인 후에 수술을 해야한다고 한다.
급속도로 암덩어리가 커졌고 이상이 생긴 후 갔을 때 이미 3기였던 것이다.풍성했던 머리카락도 이제는 가발이 대신하고 있고 힘든 항암치료로 모든 삶이 멈췄다. 더 이상 일상생활은 어렵고 그냥 가만히 있는일 밖에는 할수가 없다고 한다.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앉았지만 오히려 아픈 친구가 우리를 위로한다.
"건강 조심해. 건강할 때 챙기고. 운동도 하고 밥도 잘 먹고 스트레스도 받지 말고"
도리어 우리 걱정이 앞섰다.
"아프니깐 알겠어.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잘 받으러 다니는 은이가 자랑스러웠고
우리를 걱정해주는 은이가 고마웠다.
위로를 해주려고 갔는데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친구 말이
"이젠 우리 나이가 아플 나이인 것 같다. 점점 아픈 데만 생길 거야"
맞다. 거의 40년 넘게 몸을 사용했으니 무리가 가겠지?
하지만
내 곁에는 늘 죽음이 있었다. 내 곁에는 늘 아픔이 있었다.
젊어서, 어려서 죽음과 아픔과 멀다는 것은 얼마나 착각인가?
확률은 낮을 수 있겠지만 언제든 삶과 죽음은 함께 있다.
태어난 순간 모두 그 운명에서 피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아주 아기였을 때 잠든 나를 놓고 어른들이 모두 논 밭일하러 가신 사이에
깨어 뒤척이다 침대 사이에 끼였던 가보다. 하지만 다행히 밖을 지나가시던 이웃집 어르신이 내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와 주셔서 살 수가 있었다. 어르신이 그곳을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내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또 내가 이제 막 걸음마를 할 때 빨래터에서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빨래터 아래를 지나서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도 교통사고를 났을 때 수술을 잘해주신 의사와 간호사분들과 나를 지켜주었던 가족들과 이후에도 수없이 지나갔던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다.
삶은 그냥 모든 것이 기적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것.
부모가 물려주는 재산만이, 부모가 물려준 재능만이 내 인생의 도움이 아니라
나는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살렸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불을 밝히고 앉아 있으며
누군가의 도움으로 먹을거리가 있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다.
친구가 아프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아프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아있으므로 아프고 고통스럽다.
받아들여야 한다.
아픔이 없는 곳으로 가기 전에 딱 한 번만 부디 생각해보면 어떨까?
엄마의 몸안에서는 엄마의 도움으로, 엄마의 몸 밖으로 나와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 수가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