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지만 흥분되는 색은 과연 무슨 색일까?
군산 명산동에 있는 작은 책방 이름<조용한 흥분색>.
짬뽕이 유명해서 하루 종일 줄을 선다는 복성루 중화요릿집 뒤편.
군산에 살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유명하다지만 그다지 가고 싶은 마음이 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립 서점 <조용한 흥분색>이 생겼다는 소식에 마음은 뛰기 시작했고
흥분된 마음으로 다녀왔다.
2019년 8월 14일 대전 가는 기차 플랫폼 앞
나는 집을 나왔다.
가출이다. 전날에 짐을 꾸렸고 아무도 모르게 집을 나왔다.
그때 당시 <나는 너무 작고 여렸고 상처투성이다. 이런 나에게 엄마라는 이유로 아이들은 상처를 주었고 남편은 무관심했다>라고 일기에 쓰여 있었다.
혼자 하는 여행을 결심한 건 아주 사소했다. 별거 아니었다.
이유는 엄마에게 가족들이 관심이 없다는 것. 엄마가 빨래를 해도, 부엌에서 혼자 설거지를 해도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하루 종일 집안일에 발을 동동거려도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는 그런 모습에 화가 났고 나의 의미가 없는 텅 빈 공간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돌이켜보면 응당 나는 피해자이다. 하지만 아니라는 것은 여행을 다녀와서 알았다.
나 자신에게 나는 무관심했던 것이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은 것이다.
그런 내가 나를 찾기 위해 선물 같은 날을 준비했던 것.
마음속에 있는 내가 나를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인 셈이었던 것이었다.
대전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바로 책방
도어 북스.
너무 작아 놀랬고 정말 다양한 책들 그중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책들도, 일반 책방에서 볼 수 없는 난해한 책들도, 하지만 다양해서 좋았고 평범하지 않아서 노란 불빛이 평화로워서 좋았다.
젊은사장님이 잘생긴 데다 너무 친절해서 또 좋았다.
다음날은 다다르다.
1층은 카페. 2층은 책방이다.
좋은 건 커피를 사들고 책방에 가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커피를 쏟으면 안 되니 작은 테이블도 있다.
일단 사람이 많아서 놀랬고 책들이 나무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사랑스럽고 단정했다.
편안하고 한가하게 커피를 홀짝거리며 책을 볼 수 있어서 또한 좋았다.
최신 베스트셀러부터 독립출판물까지 다양하고, 여러 시리즈들. 다양한 양장본, 한 손에 들을 수 있는 작고 귀여운 책들 등등 책 표지만 구경해도 정말 홀릭되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 읽다가 기차도 놓칠 뻔했다.
별거 없다면 없었던 짧은 1박 2일 여행
하지만 생애 처음으로 곰팡이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불안함으로 거의 날밤을 샜지만
오롯이 혼자 맞아야 했던 낯선 곳에서의 수많은 감정들.
나는 여렸고 상처투성이였지만 하룻밤으로 강해졌고 단단해졌다.
그때의 기록은
「별거, 별일 아닌데 원지 모를 성숙함이 피어오르고 뭔지 모를 당당함과 의연함이 샘솟는다.
같이여도 좋지만 혼자서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까지는 불안했지만 그 밤을 잘 이겨내고 오늘 하루를 멋진 하루를 만든 내 모습이 기특하다.
스스로, 혼자서 할 수 있어야 온전한 자립의 길임을. 그 길을 위해 부단히 느끼고 겪어보고 깨달아야 한다」
나의 하룻밤의 여행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 이야기가 돼버렸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무도 내가 나간 줄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날의 대전 여행기는
바로 조용한 나만의 흥분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