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체육관에 가기 위해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렸다.
바람도 좋고 햇빛도 따뜻하며 하늘도 푸르지는 않지만 맑았다.
원래대로면 11시에 시작하는데 일찍 오라고 재촉하였다.
대충 씻고 대충 옷 입고 하지만 정말 긴장하고 달렸다.
마을학교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왔는데 참으로 체육관은 어색하였다. 단상을 향하여 계단을 오르는데 너무 떨렸으나 오히려 무대에 오르니 편안했다. 이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기에 포기하고 받아들였으며 크고 낯선 곳에 낯선 사람들 앞에 낯설게 마주섰다.
요즘은 빔이나 조명 상태가 좋아서 아주 어둡게 하지 않아도 선명한데
오래된 체육관은 조명도 극장처럼 정말 어둡다.
어둠에 원고는 보이지 않았고 화면은 물결치듯 번지며 난리가 아니었다.
이 놈의 포인터는 여러 번을 눌러도 넘어가질 않고 완전 멘붕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위기가 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말이 떠올랐고
그냥 옆집 언니에게 얘기하듯
한마디로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아이 여럿이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장면에서는 "아이들 너무 귀엽죠?"
했는데 대답을 했는지, 웃었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완전 혼잣말로 꿈속에서 얘기한 듯했다.
하지만 끝나고 내려왔는데 도대체 무슨 얘기를 들으셨는지
강의 정말 좋았다는 형식적인 인사를 몇 사람에게 받았다.
하지만 차마 어떤 내용이 좋았냐는 질문은 하지 못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깐 이런 생각도 해봤다.
'진짜 유명한 강사가 된다면 정말 실수한 거. 멘붕이었던 것들. 첫 강사료 88.000(교통비와 식비 포함)도.
이런 일들이 추억으로 생각하겠지?' 라며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 물욕에 가득 찬 허풍쟁이처럼 미소를 지어봤다.
이 강의의 발단은
몇 달 전에 인근 중학교에서 있었던 <혁신학교를 돌아보며>라는 주제로 학부모를 대표로
발표할 사람을 찾았고 사람 없다며 갑자기 등 떠밀려하게 되었다.
얼떨결에 처음으로 강의라는 것을 해봤다.
그간에는 청소년이나 아동들을 대상으로 강의식 수업이 전부였었다.
하지만 나는 주제를 잘 못 알고 가서 엉뚱한 발표를 했다.
<혁신학교를 돌아보며>를 <마을학교 이야기>로 착각을 했고 마을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마을 이야기 안에 학교 이야기도 일부 있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참을성 있었던 청중들이 잘 들어주어서 실수였지만 좋게 마무리되어 감사한 날이었다.
그날의 실수가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그때까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며칠 후 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 교육청에서 마을학교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또 연락이 왔다. 다음으로는 군산 학부모 운영위원장들 앞에서
그다음으로 전라북도 학부모 운영위원장 체육대회에서,
몇 달 안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하지만 '몇 번이나 강의를 했으면 이제는 웬만하면 잘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몇 번 하지 않았지만 매번 강의 끝나고 내려와서 정말 중요한 것을 빠뜨려
아쉬웠었다. 왜 강의할 때는 떠오르지 않다가 끝나면 물밀듯이 생각이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건 연습 부족이라는 건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알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연속된 느낌이다.
매번 듣는 사람은 다르지만 한 번보다 두 번이, 두 번보다 세 번째가 조금 더 성장하는 것 같다.
네 번째가 기대되는 밤이다.
실수가 재미있는 일을 만들었다.
실수가 꼭 나쁘지만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