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 논란의 중심에 서다.
품개가 될때까지
요 며칠 마음이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마을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들.
마을 협동조합 설립을 두고 물망에 오른 이사장의 자질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
소문에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기저기 날아다녔다.
그 와중에 내 평가와 함께.
나는 그냥 우유부단한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 내 뒤에서 나의 험담을 했다고 살짝 알려줬다.
그러면서" 언니 그냥 모르는 척하세요."
그러려면 얘기를 하지 말던가. 말해놓고 모르는 척하라니 어이없다.
그렇다. 사실 나는 우유부단하다. 매우.
나만 아는 줄 알았던 사실을 남도 알고 있다니
안 그러려고 노력했는데 다 보였나 보다. ABCD.
그래도 어떤 면에서 인지 따지고 싶었다. 그냥 있는 게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놓고 한다면 발뺌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돌려서 말하기로 했다.
"회장님. 혹시 마을에서 제 소문이 나고 있다는 데 혹시 아는 것이 있나요?"
"아니요. 무슨 얘기요?" 역시 발뺌한다.
"누가 제가 아주 우유부단하다고 했다고." 나는 듣지 않았던 '아주'를 붙이고 힘도 주었다.
의도적이진 않았다.
"누가 그럽니까?" 속으로 '네가 그랬잖아'라고 했지만 속으로만 했다.(회장과는 동갑이기에)
"부탁인데요. 혹시 그런 소문이 나거들랑 꼭 아니라고 해주세요. 동조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 이야기도 많이 돌아다닌다고 하던데. 혹시 회장님은 아니시죠?"
"아이고 걱정하지 마세요"
사건은 점점 커져가고 그 와중에 다른 사람이 또 말실수를 하게 되고
나도 커지는 사건 안에서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진행시키는 과정에서 또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의 자질을 나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어느 순간 굽실거리며 의미 없는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세상 따뜻한 사람으로, 세상 좋은 사람인척 하며.
"언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요. 언니는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마을을 위해 꼭 필요해요."
라며 마음에 없는 소리를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당사자 앞에서는 그 누구보다 순한 양으로 충성맹세를 하고 있었다.
언니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를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스스로
그래서 마음이 혼란스럽고 복잡한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둘째로 자라서 언니와 갈등이 생기면 언니의 명령이나 말의 힘이 센 언니의 말재간에 이길 수 없었고 어느 순간 나는 내 의견일랑 버리고 그냥 언니 말에 맞췄다.
논리적이지 못한 나는 언제나 질 것이 뻔하며, 이것이 평화로 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니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른다)
나의 이중성은 이때부터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만큼 나이가 드니 이제는 이런 이중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자신의 의사와 반하는 행동. 아니 다 오버하는 순간들.
가짜의 말을 의미 없이 하고 있는 것. 그것이 진정한 내 감정이 아니란 것이었다.
그렇게 하는 행동을 보는 나 자신이 한없이 비굴하고 미웠다.
이것 또한 내 그림자인걸.
무서운 아버지 아래에서 착하고 순한 딸.
논리적이고 힘이 센 언니 앞에서의 늘 눈치만 본 어리숙한 나.
이런 내 마음이 풀리지 않기 때문에 같은 마음으로 동조하길 바랬고
그래도 너보다 내가 낫다며 끊임없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다.
진정 내 모습은 보지 못하면서 남을 판단하기는 너무 쉽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연약한 인간이다.
하지만 성장해야 한다.
타인의 문제가 아닌 바로 내 문제라는 것.
타인을 통해 거울처럼 비친 나약하고 한없이 연약한 내가 서 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조금의 약점을 다 가지고 있으며 살면서 그 약점을 보안하고 노력하면 되고
내 앞에 사람들의 약점이 보인다면 바로 내 약점을 찾아서
서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
어쩌면 내가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타인에게 완벽을 요구하는 건 아닐까?
다름을 인정해야겠다.
하지만 사실 너무 어려운 말이다.
내가 싸워야 하는 대상은 내 앞에 서 있는 논란의 주인공인 언니도,
내 약점을 내 뒤에서 말하고 다니는 회장님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란 걸
나는 오늘도 여러 일들로 배우게 된다.
"날개는 날기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둥지 속에서 알을 품고 있는 날개는 날개가 아니라 품개.
날개보다 더 소중한 날개는 품개다. 나와 다른 것과 싸우지 말고 기계와 자연 그리고 하늘의 별까지 모두를 품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온다" -이어령
모든 것을 품을 수 있는 그날까지 매일 성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