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먹었나요?
사랑스러운 그대들을 위한 한 끼
마을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맘 밥. 공유 식탁
마을에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이다. 식탁을 차려 놓고 아이들을 초대한다.
아이들은 그냥 빈 몸으로 와서 한 끼를 해결하고 간다.
마을 어른들이 보내는 다정한 눈빛과 관심 어린 말 한마디에 따뜻한 밥과 반찬과 버무려 먹고 가는 것이다.
주제도 없고 형식도 없고 격식도 없다.
어른들 이름 대신 닉네임인 베리베리, 보리. 민트, 오미자. 홍당무로 불린다.
밥상이 사라졌다.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가족과 먹기가 어려운 시대이다.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우리 집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로 같이 먹는 시간이 없다.
아침은 대부분 먹지 않고 점심은 학교나 직장에서 먹는다.
저녁에는 가족들이 모이지만 드물다.
밥상머리 교육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사춘기 아들에게 제발 핸드폰만 끄고 먹으라는 주문 말고는 할 수가 없다.
마을에서는 가족이 함께 먹기 힘든 시대에 어른들과 친구들과 만나고 먹고 이야기도 하는
그냥 별거 아니면서도 특별한 일을 벌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쑥스러워 어쩔 줄을 모르다가
차려준 밥상을 잘 맛있게 먹고 간다.
나가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그 모습을 보는 어른들의 얼굴에도 힘들지만 미소가 걸려 있었다.
분명 좋은 일 같다.
"얘들아! 아침 먹자"
한 달에 두 번으로 세 달 정도 진행하다 위기가 왔다.
그대로 접어야 할지.
우리는 또 머리를 맞댔다.
코로나 장기전에 대비한 신박함이 필요하다.
전에처럼 아이들을 초대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이 필요했다.
정성을 다해 도시락을 싸서 직접 배달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 결손이 있는 아이들 위주로 하기로 했는데
중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안내를 한 바람에
엄마가 도시락을 받으러 오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분명 아이와 통화를 했는데 받으러 오는 사람은 엄마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아이들은 직접 선생님이 추천해 주셔서 결손이 있는 아이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엄마가 집을 나간 아이들. 아빠가 홀로 키우는 아이들. 다문화 아이들.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모두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힘들 수도 있다는 추측 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
엄마들의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나눔을 실천하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럿이 손을 보태고 함께 하니 금방 20인분이 완성되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양이 아쉬웠다. 계란말이나 미역줄기 볶음의 양이 적었으나 과일이랑. 닭갈비랑. 밥 등
푸짐하고 훌륭했다.
도시락을 건네주고 몇 시간 후에 다시 수거하러 갔다.
꼼꼼히 한 집 한 집 건네주러 갔는데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안에 후기를 적어달라고 했더니 감사하다고, 맛있는 한 끼였다고, 어떤 누나는 동생들이 다 좋아하는 반찬이어서 너무 감사했다는 말에
'어렵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구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도시락 후기나는 잘하는 게 없어라는 건 변명이지 않을까?
잘하는 게 없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다는 것은 아닌지.
일은 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나눔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
오늘 내가 잘 한 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요리도 못하고 반찬을 잘 배분하거나 예쁘게 담는 것도 잘 못한다.
누군가 지시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보람은 잘하는 사람이나 그냥 따라 하는 사람이나 그 양은 같다. 덜도 더도 아닌 나누는 그 마음은 다 똑같다.
감사한 일이다.
우리가 할 일이 있다는 것.
우리의 작은 수고로움이 작은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한 것.
누구 하나 잘났다고, 일 못한다고 핀잔하지 않고 서로 도우며 격려하며 함께 했다는 것이.
그렇게 마음이 한 뼘 더 자랐다.
암만 생각해도 도시락을 받은 아이보다 주는 어른들이 더 수지맞는 일이었던 것 같다.
따뜻한 한 끼를 먹었던 아이들이 그 따뜻함이 오래가길 바라고 아이들이 마을을 좋아하면 좋겠다.
아니 마을사람들을 좋아하면 좋겠고
나쁜 어른들보다 좋은 어른들이 더 많다는 것을
세상은 그래도 따뜻한 곳이란 것을 배우면 좋겠다.
그래서 힘들더라도 용기를 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