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새로운 친구가 이사를 왔다.
바로 눈사람.
몸은 허리선이 없고 당뇨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뚱뚱하지만, 팔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마른 모델보다 더 가늘다.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부러질까 걱정을 해야 할 정도이다. 눈썹은 송승헌도 울고 갈 정도로 진하고 눈도 동그랗게 매력적이며 코는 오뚝하고, 입은 언제나 웃는다.
웃지 않는 날을 본 적이 없다. 혼자이지만 오뚝이처럼 꼿꼿하고 당당하다.
길을 가다 다른 친구를 만났다.
바로 앞집에 새로 온 눈사람이였다.
우리가 지나쳐온 가엾은 눈사람은 혼자이지만 여기는 친구가 있었다. 꼭 엄마와 아들 같기도 하다.
여전히 몸매는 뚱뚱하지만 얼굴도, 눈도, 코도 동그랗다. 아무래도 눈사람 만든 주인을 닮을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또한 멋쟁이다. 얼굴과 목을 함께 감싸는 목도리 겸용 모자가 씌워져있고, 머리에는 반짝이는 별삔이 꽂혀 있다.
몸통에도 반짝이 실버 구슬이 달아져 있다.
옆에 꼬마 눈사람은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꼬맹이 시우 솜씨인 것 같다. 눈동자가 검은 것인지, 눈을 감고 졸고 있는지 분별이 안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우처럼 귀엽고 사랑스럽다.
눈이 많이 왔고 남편과 사춘기 아들이 함께 눈사람을 만들었다. 집 밖에 나가는 것을 너무 싫어해 집과 물아일체가 되어 있는 아들은 남편의 간절한 부름에 간신이 나갔다. '아. 진짜 귀찮지만 아빠 부탁이니 어쩔 수 없네. 딱 몇 분만 있다가 와야지' 딱 그 표정이었다. 남편이 먼저 눈사람을 굴리기 시작했는데 정말 커다란 몸을 만들었다. 그에 부응하기 위해 사춘기 아들도 열심히 눈덩이를 만들어 함께 합체를 하였다. 두 사람을 뒤로하고 그 사이 동네 한 바퀴 산책하였다.
하지만 동네를 돌아도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오늘은 양계장 어르신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 안가 두 분이 집 앞에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마스크 너머로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두 분은 하던 일을 멈추고 나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만난 이웃이었다. 내 뒤로 두 분의 대화는 계속되었다."제가 여기 쓸게요." "아니에요. 제가 해도 돼요. 고맙습니다." 서로 자신의 앞마당을 쓸어주겠다고 배려하고 따뜻한 말이 참 오랜만이다.
이웃이 사라졌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마을 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이들은 잘 놀았 던 적이 있었다. 사춘기 아들이 사춘기가 오지 않았던 2년간은 동네 골목에서 잘 놀았다. 우리가 이사 온 첫 해인 아들이 5학년 때 참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숨바꼭질도 하고 , 술래잡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때에도 어른들은 잘 골목에 나오지 않았다. 무엇이 바쁜지 어른들은 바빴다.
문이 꼭 꼭 닫혀 열리지 않는다. 마을도 내 어릴 때처럼 함께 살아가지 않는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늘면서 더 단절이 되었고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래도 서로 간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단절은 바로 외로움과 고독, 소외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볼 수는 없어도 전화라든가, 멀리서라도 안부를 전해야겠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이웃들과의 따뜻하고 인정 넘치는 모습은 왠지 씁쓸하지만 이제는 판타지가 된 것 같다.
커다랗고 멋진 눈사람이 완성되었다.
눈사람에게 말을 걸어봤다.
' 이웃이 되어줘서 고마워'
시우가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눈사람에게 대신 말해줬다.
'시우 닮은 눈사람아. 넌 참 귀엽고 사랑스럽구나'
눈을 쓸고 계시는 마을 어르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