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작년에 교육청 예산 2000만 원으로 마을 학교 프로그램 운영하였다.
2020년 5월에 시작하여 빠르게 다 가버렸다. 처음 해본 마을학교였지만 강사와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일상의 시간들을 함께 지지고 볶으며 재미나고 신나게, 때론 유쾌하고 진지하게 활동하였다. 하지만 일순간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추었다. 최소인원도 수정이 불가피하여 중단이 되었고 지금은 2월을 기약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 아이들이 동네 여기저기에서 뛰어놀고 신나게 프로그램했던 일들이 눈에 선하다.
코로나로 무서워 덜덜 떨고 있긴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마을학교 걱정을 하고 있는 찰나에 전화 한 통이 왔다. 전화기 너머로 친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다.
“안녕하세요? 교육부장님”(우리 마을에는 여러 팀들이 있는데 나는 교육부를 담당하고 있고 나를 교육부장이라 부른다)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예전에 말씀드렸던 예산 부분인데요. 마을학교 예산을 받으려면 단체가 필요한 것 아시죠. 1월 중순까지는 단체를 설립해야 하네요. 제가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테니 한번 해보시게요”
“네 그럼요. 근데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불과 지난 몇 달 전까지 마을에서 협동조합을 추진하였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오해되는 상황이 생겼고 또 마침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일시 중단이 되었다)
“그러긴 하지만 저희가 내년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돼서요. 그런데 마을 단위 협동조합은 이미 어려우니 교육부에서 협동조합을 만들면 어떨까요? 그런데 시간이 별로 없어요.”
"네, 생각해 볼게요."
해서 우리는 머리를 맞대었고 협동조합을 설립하기로 결정하였고 함께 집중하기로 했다.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통과되는 시간도 한 달 정도 걸리기 때문에 지금으로썬 생각보다는, 빠른 행동이 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선 지난번에 컨설팅받았던 자료를 토대로 한 명이 서류 준비(정관과 규약, 사업계획, 수입, 지출 예산, 발기인 명부 작성 등)를 하였고, 나는 마을밴드에 발기인 5명 모집 광고를 하였다. 다행히 바로 모집이 되었고 이제는 창립총회를 준비해야 했다. 먼저 면사무소와 초등학교에 총회 공고(만 7일 이상)를 붙였다. 그리고 일주일 후 창립총회를 하였다. 발기인 6명, 설립 동의자 4명, 코로나로 5인 이상 모일 수는 없지만 사적인 모임이 아니었기에 10명 중 6명이 참석하여 2/3가 되므로 시작할 수 있었다. 마을공부방에서 창립총회를 치렀다.
총회에서는 여러 절차가 있었지만 간단히 임원 선출과 정관 수정되는 부분과 조직을 구성하였고 발기인 명단과 임원명부를 작성하였다. 여러 일련의 순서대로 간단히 진행하였고 총회 의사록이 드디어 만들어졌다. 물론 간단한 총회 선물도 있었다(알로에가 묻어있는 고급 화장지다).
모든 서류를 가지고 서류 담당하는 한 명에게 넘겼고(이 친구는 아무래도 서류작성 천재 같다). 이제는 준비를 잘해서 제출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하여 통과하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틀리면 또 수정하여야 한다. 시기가 너무 늦어져서 협동조합 컨설팅해주는 곳에서 도움도 못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재는 많이 아슬아슬하기도 하다.
어쨌든 좀 더 상황을 기다려봐야지만 우리 마을에 드디어 협동조합이 생기게 되었고 좀 더 체계적으로 마을학교 운영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협동조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함께 협동하는 모습들에 실망하는 모습도 보았고, 어떤 사람들은 무슨 큰 단체를 만드는 것 인양 떠들어 대는 바람이 의아한 마음도 들었다. 협동조합 대표를 무슨 단체장인 것처럼 생각하는 데 그런 분들 때문에 설명을 길게 해야만 했다.
“협동조합 임원은 무슨 권리를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조합원보다 조금 더 일하는 사람이며 조직에서는 대표라는 이름이 필요하므로 있어야 하는 자리이지 더도 덜도 아닌 딱 그만큼입니다. 하지만 누구든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죠. 하지만 높아지려는 마음보다는, 함께 한다는 마음이 먼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는 그냥 마을 아이들을 위한 작은 단체에 불과합니다.”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설레발친다.
어쨌든 얼렁뚱땅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첫 발을 떼었다.
이제 서류를 가지고 시청에 제출하면 1단계가 끝이 난다.
서류 검토를 마치면 설립신고서가 나올 것이다. 다음으로 2단계로 넘어간다. 그래도 다음은 더 수월하겠지. 서류 조금 준비하니 자신감이 약간 생겼다.
동네 아줌마들이 큰일을 도모했고 우리는 마침내 해낼것이다.
이제는 되돌아 갈수 없다는 비장함도 생겼는데 그 비장함이 어느순간 꺽이게 되리란건 미쳐 계산되지 못 했다.
앞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