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회의록 공증하기

법원 등기 전 단계

by 나비

"여보세요?"

"설립 신고서가 나왔으니 찾으러 오시면 돼요. 어디로 오는지 아시죠?"

사회초년생 직원의 앳된 목소리가 차분하고 예뻤다. 지난번에 설립신고할 때 만난 직원이었다.

한번 만난 적이 있다고 더 친근하게 들렸다.

협동조합 관련 서류는 시청 7층에 있는 일자리 정책과 담당이다. 서류 준비와 여러 가지 일들로 시달린 것을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좋아 한달음에 달려갔다. 비바람이 세게 불어도 추운 줄을 몰랐다.

서류를 건네받고 서로 고생했다는 다정한 인사는 나누고 나와서 임원이 있는 카톡방에 이 소식을 알렸다.


그 길로 바로 법원 설립 등기를 하러 법원으로 갔다.

하지만 무슨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냥 갔고

그곳에서 자세히 설명해줄 것이고 필요한 서식도 다 있으리란 생각이었다.

하지만 담당 직원은 잠시 할 말을 잊은 듯

"여기에는 서식이 있지 않아요. 다 준비해서 오셔야죠"

라는 말을 하고 가보라는 듯한 말이었는데 순간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는지 다른 협동조합의 등기 서류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해오시는 거예요"

"네" 대답은 했지만 여러 장의 서류는 내가 알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이것저것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대충 대답을 듣고 법원을 나온 내 손에는 한 장의 등기 신청서만 들려있었다. 순간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까 전에는 분명 춥지 않았는데 차 안에 앉아 있는 나는 어느 순간 덜덜 떨고 있었다. 갑자기 추위와 피곤이 엄습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담당 계장의 말을 주섬주섬 생각해냈다.

먼저 시청에 가서 등록면허세를 내고 총회 회의록을 공증을 받으라는 설명.

일단 시청으로 가서 등록면허세를 내는 곳을 찾았다. 시청 1층 민원실에 방문, 들어서니 따뜻한 공기가 내 안에 훅 들어왔다. 조금 한기가 가셨다. 호적과 등초본을 지나 거의 끝에 등록면허세를 내는 곳에 크게 쓰여 있었다. 담당 공무원을 커다란 세법 책을 가지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수많은 세법 책들이 줄줄이 숨 막히게 꽂혀 있었다. 친절한 공무원은 세금을 내는 곳이라 정말 한치에 오차도 없어야 하기 때문에 법률책을 수시로 봐야 한다는 설명을 하신다.

면허세는 135.000원으로 비쌌다. 출자금이 오십만 원밖에 없는 우리에겐 큰돈이었다. 직원이 출자금이 오십만원이라는 말을 재차 물은 것 빼고는 어쨌든 무사히 등록면허세를 냈고 이제는 공증 사무실을 찾아야 했다.


법원 옆 건물 5층에 크게 공증이라고 쓰여 있었다.

회의록만 필요한 줄 알고 회의록과 임원들 도장 한 뭉치를 들고 갔다. 오래된 건물 5층 안을 들어서니 노란색 철문이 아주 촌스럽고 안에는 오래전 시골 복덕방에서나 있음 직한 그런 레자 소파가 몇 개 있었으며 약간을 쾌쾌하고 어두웠다. 그 어두운 조명 아래 조금은 바쁜 직원들과 삼삼오오 공증받으러 온 고객들이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공증받으러 왔는데요?" "네 몇 가지 서류 준비해오셔야 해요"

또 서류다. 여기도 서류가 필요하다. 친절하게 종이에 써 주었다.


총회 의사록 원본 2부와 위임장, 인감 증명서, 조합원 명부, 정관 사본, 신고증 사본, 신분증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총회 의사록과 도장뿐이라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밖으로 나오니 날이 어둑해졌고 좀 더 쌀쌀해졌다. 옷깃을 여미고 집으로 돌아와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순간 외로움이 밀려왔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난생처음 보는 서류 준비를 했다. 혼자서는 안된다. 서류 진행 상황을 얘기하고 함께 해 줄 것을 부탁했다.


다음 날 임원 중 한 명과 함께 공증 사무실을 갔다. 언니는 다음 주에 진행될 마을 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래도 함께여서 든든했다. 또다시 어두운 조명이 인상적인 공증 사무실로 갔다. 하지만 서류 중에 인감이 6장, 그중에서 한 명의 인감이 도장과 증명서에 있는 도장이 달랐고 몇몇 서류도 보완해오라는 상냥하지만 똑부러진 말투로 사무장이라 불리는 사람이 얘기해줬다.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것 같은 능숙함과 여유로움마져 느껴졌다.


며칠 후 인감도장을 다 구비한 후 다시 공증 사무실로 갔고 사무장의 서류 확인과 담당 변호사의 공증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바로 법원을 향했다. 하지만 서류가 아직 미비한 것 같아 법원에 전화를 했고 서울시협동조합센터 안내를 받아서 홈페이지에 바로 들어가 봤더니 서류가 처음부터 끝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협동조합의 끝이 보일지 아직도 미지수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다행인가 스스로 위로해보았다.


다음 화에는 진짜 법원 등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