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플루언서들은 어떨까?

by yein

먼저 말하자면, 나는 한국에서 인플루언서들과 일해본 경험이 없다. 대학을 졸업한 후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중국 상하이로 갔고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인플루언서들과의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다.


중국에서 마케팅 일을 할 때에도 사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깊게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중국 상하이를 떠나 독일로 올 즈음에야 왕홍(중국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제대로 경험한 곳은 독일이었다.


앞서 “이건 내가 AI보다 잘할걸? 부제: 가짜 인플루언서, 진짜 인플루언서” 편에서 다루었던 두 인플루언서 중 다른 한명의 인플루언서 이야기를 좀 더 풀어보려고 한다.

https://brunch.co.kr/@yeinconnect/62


처음 인플루언서에게 이메일을 보내던 순간이 기억난다.

‘과연 이 사람이 내 이메일에 답장을 할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작은 회사였고, 내가 이메일을 보낸 인플루언서는 독일에서 1세대 스포츠 분야 메가급 인플루언서였기 때문이다. 이름을 말하면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이나, 인스타그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당시 그녀는 개인적으로 큰 문제를 겪고 있었다.

번아웃


소셜미디어 채널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독일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을 때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번아웃이라는 존재가.


그녀는 예정되어 있던 행사와 프로그램을 갑작스럽게 취소했고, 그 일은 사회적으로 꽤 큰 이슈가 되었다.

“먹튀한 인플루언서다.”

“책임감이 없다.”

대중에게 비판을 받았다.


그렇게 잠시 모습을 감췄던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번아웃이라는 주제를 들고.

그녀는 말했다. 자신은 점점 행복해지지 않았다고.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 회사가 시키는 대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했다. 그러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폭식을 했다. 그리고 다시 단식을 했다. 또 폭식을 했다. 이런 생활을 남들 몰래 반복하면서 “누군가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고 했다.


그녀의 컴백을 두고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그녀의 솔직한 고백을 지지하며 번아웃에 공감하는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


나는 전자였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꽤 긴 이메일을. 그리고 놀랍게도 며칠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함께 일하지는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번아웃 상태였고, 당분간 상업적인 협업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첫 번째 시도는 내게 꽤 큰 자신감을 가져다주었다.


1. 진심은 통한다

아무리 메가급 인플루언서라 하더라도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고, 단순히 광고를 위해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는 진정성이 느껴지면 반응한다. 인플루언서도 결국 사람이다.


2. 독일 시장을 잘 몰라도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할 수 있다

당시 내가 독일에 거주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길어야 3년 정도였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이 인플루언서를 알게 되었고, 그녀의 상황까지 이해할 수 있었을까?


특별한 비밀은 없다. 잘 모르니 그냥 철저한 사전 조사를 할 수 밖에. 조금만 시간을 들여 검색하고, 인터뷰나 뉴스를 찾아보고,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살펴보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요즘은 ChatGPT까지 있으니 훨씬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마케터들이 이 작업을 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마 가장 큰 이유는 들이는 시간 대비 효율이 적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회사 규모가 크고 마케팅 예산이 충분하다면 프로그램을 돌려 인플루언서를 추리고 자동화된 메시지를 보내도 어느 정도 답장은 올 것이다. 하지만 작은 회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정 인플루언서와 정말 의미 있는 협업을 하고 싶다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인 협업을 이어나가고 싶다면 나는 이 선작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과정을 거쳐 보낸 이메일과 그냥 보낸 이메일의 답장률과 협업 성사율은 꽤 큰 차이가 난다.


3. 식스센스는 꽤 정확하다

당시 나는 독일어를 그렇게 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콘텐츠를 계속 보다 보니 어떤 느낌이 왔다. 이 사람의 콘텐츠에는 솔직함과 진정성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앞서 언급한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 - 무서운 식스센스가 작동한 것이다. 내가 특별히 감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다.


콘텐츠 세계에서 꽤 확실한 법칙이 하나 있다. 진정성 있는 콘텐츠는 결국 통한다.

나는 그녀가 다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처럼 모든 대중의 사랑은 아닐지라도 대신 훨씬 단단한 찐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그런 찐팬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좋은 퍼포먼스를 낼 것이라고. 그리고 이것은 나중에 경험을 통해 완전히 확신하게 된다.


인플루언서와 사람대 사람으로 진솔하게 대화하며, 그렇게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만들고 함께 성장해 나갈 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더 좋아지고 행복함을 느낀다.


물론 매일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보며 끝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인플루언서들에게서 따뜻한 메시지를 받고 그들과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다시 에너지가 생긴다.



그렇게 진심을 담아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일하다보면 이런 스윗한 메세지도 받고,




이런 이메일 - 우리의 진솔한 대화가 좋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더니, 갑자기 집에 튤립 씨앗을 심은 이야기 까지 하는 사랑스러운 인플루언서 - 답장도 받는다.



그리고 소소히지만 이렇게 자신이 직접 만들었다는 목걸이 선물도 받는다.


그럴 때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싶어서, 스스로를 다시 한 번 토닥여 준다.

잘하고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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