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in Yun May 06. 2020

삶_현실 자각

외국에서 temporary visa holder로 살아간다는 것은...

 3월 말에 락다운이 시작되고 4월 내내 뉴스에서 들었던 것은 코로나 관련 prime ministerd의 Job keeper payment와 관련된 발표였다. 사상 유래 없는 stand down 된 수많은 근로자들을 위한 130 billion 예산의 대규모 지원 사업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수입이 줄거나 없어진 이들을 대상으로 고용주가 근로자들을 해고시킬 필요 없이 영업이 정상화되는 순간까지 급여를 고용주에게 지원해주어 결국은 그전과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은 같은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받는 금융 정책 사업이다. 호주에 온 지 이제 6년 차이지만 호주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니기에 사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그 정책의 대상에 나 같은 외국인 근로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호주에 얼마나 살았는지, 나 역시 호주인과 마찬가지로 임금의 12%로의 세금을 내왔던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호주의 입장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자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우선 과제라는 사실에 누구 하나 동의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그동안 자각하지 못하던 현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내 비자는 정확히 subclass 461 비자로 New Zealand Citizen Family Visa이다. 뉴질랜드 시민권자의 비 뉴질랜드 시민권자 가족에게 주어지는 5년 임시 거주 비자이다. 이 비자를 신청할 당시 독립 기술 이민을 신청할 자격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였고, 비자 신청 비용도 굉장히 저렴한 데다 매 5년마다 갱신할 수 있기 때문에 2년 전 이 비자를 신청했었다. 임시 비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외국인 신분으로 복지 혜택은 없지만 일과 공부에 제한이 없어 이제까지 큰 불편함 없이 생활해왔다. 그러나 코로나가 닥치면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오자 나의 신분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사실 영주권을 신청하는 방법에는 독립 기술이민 말고도 스폰해줄 회사를 구해서 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독립 기술이민 역시 멜버른이 아닌 regional로 지역 이동을 했다면 신청할 자격이 되었었다. 또 영주권을 신청할 조건이 충족되는 올 말이 된다고 해도 바로 당장 신청할 수도 없다. 신청비가 대략 800만 원 정도 필요한데 모아둔 돈이 한참 모자라다. 항상 휴가 계획을 세우고 쇼팡을 즐기지만 영주권 신청비도 모으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제까지 간절히 영주권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의 복지혜택의 중요성이, 호주에서 살기 위해서 얼마나 영주권이 필요한지를 체감했고 나의 1순위 목표로 떠올랐다.

 이 시점에서 들려오는 주위 한인들의 소식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기술 이민을 위해서 skills assement를  하면서 심사 신청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연기되면서 그 사이에 본래 가지고 있던 비자가 끝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 현재 가지고 있는 비자 기간이 충족해야 하는 skills assement 보다 넉넉하지 않아 계속 업장이 영업을 하지 않아 해당 기간을 충족할 수 없는 사람 등등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이야기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영주권을 따기 위해 그들이 들인 시간과 돈을 과연 어느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코로나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제앙으로 그저 휩쓸릴 수밖에 없는 우리, 외국인. 타지에 나와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물론 한국에서 산다고 해서 더 행복하고 더 쉬울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상상 속의 행복과 꿈 이상의 무거운 현실의 무게가 매일 다른 이유와 상황으로 가슴을 답답하게 할 때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내게 메튜가 없었다면 아마 이미 몇 주 전 한국으로 떠났을지도 모른다.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하다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에 대한 압박,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말이다. 하지만 함께 해쳐나갈 수 있다고 믿고 혼자 경제생활을 해보려고 이리저리 묵묵히 애를 쓰는 그가 있기에 아직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존버라는 말이 유행이지 않은가? 나와 같이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모든 분들이 절대 쉽지 않은 이 상황에서 존버 해서 승리하길 기도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삶_나의 집콕 라이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