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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in Yun May 01. 2020

삶_나의 집콕 라이프

14/04 호주 멜버른 isolation 22일 차

1. 아침

 보통 9시에서 10시 사이에 일어난다. 초반에는 꼬박꼬박 9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보람차게 보내보려 했지만 역시 하는 일이 없다 보니 자꾸 게을러진다.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점점 침대와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셰프로 일하면서 좋은 점이라면 매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커피다. 항상 어디에서 일하나 출근해서 한 잔을 마시고, 점심 서비스하고 나서나 저녁 서비스하기 전 매일 두세 잔의 커피를 마시다 보니 집에서는 보통 티를 많이 마시고 커피를 마시더래도 쉽고 저렴한 인스턴트커피만을 마셔왔다. 그런데 집에만 있다 보니 매일 인스턴트커피만 마시니 너무 질려서 카페에서 볶은 원두와 필터를 사 와서 드립 커피를 마시고 있다. 뜨거운 물을 붓는 순간 퍼지는 커피의 향이란 그 어떤 방향제만큼이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아침을 먹는다. 호주에 6년이나 살면서 가장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western stlye breakfast이다. 종종 카페에 가서 브런치나 아침을 즐기지만 한 번도 전형적인 서앙식 아침은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나와 반대로 한국인 여자 친구를 5년 만나고도 한 가지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 그에게는 바로 그 아침이다. 보통 나는 시리얼 또는 베이글과 사과 또는 바나나 한 개를 먹는다. 내가 내 음식을 준비하면서 오븐에 해쉬브라운을 넣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주방을 나서면 그의 아침 식사 준비가 시작된다. 토스트 2장, 계란은 보통 프라이드 에그 가끔은 오믈렛 그리고 보통은 베이컨 가끔은 소시지 2개,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치즈 2 장을 구운 식빵 위에 올려 오븐에 넣고 치즈를 녹여준다. 포크와 나이프를 챙기고 모든 음식을 접시에 올리고 그는 2번째 커피를 항상 같이 마신다. 아침 식사 후 보통 집안일을 조금 한다. 빨래나 설거지 같은. 그리고 격리와 함께 시작한 것 중에 가장 긍정적이고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홈트를 한다. 워낙 운동을 안 한 지 오래되어서 고강도 운동은 못하고 40분 정도의 운동을 한다.


2. 점심

 운동을 하고 씻고 나오면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보통 점심은 먹고 남은 저녁을 먹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거나 국수를 먹는다. 나는 고기 없이는 살아도 탄수화물을 포기 못하는 입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평생 날씬했던 적이 없다. 밥을 먹고 간식으로 과일, 떡, 빵을 입에 달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좀 쉬고 나면 보통 한 2시쯤 된다. 그럼 애완견, Molly를 산책시키러 나간다. Molly는 14개월의 강아지인데 지나치게 사람과 개들을 좋아하는데 요즘은 날씨가 계속 화창하고 맑아서 공원에 사람이 맑아서 공원에 데려가기보다는 한적한 동네를 산책한다. 목줄을 하고 있어도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매번 다른 사람들이나 개를 쫒아가려고 하기 때문에 바쁜 시간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산책은 30분에서 40분간 이어진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 나의 시간이 주어진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그리고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호주에  온 지 6년 차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 영어가 정체기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늘 쓰는 영어만 쓰고 새로이 공부하지 않기 때문에 표현에도 많은 제약이 따르고 내가 쓰는 단어들에도 제한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왔다. 사실 매일 영어를 쓸 수밖에 없다 보니 리스닝은 따로 공부를 하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맞춤법을 제대로 공부해보자 마음먹었다. 호주에 살면서 아무래도 접하기 쉬운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보았는데 요즘에 한 영화를 통해 중화권 영화에 빠지게 되었다. 친구의 추천으로 'our times, 나의 소녀시대'를 보고 왕대륙이라는 대만 배우에 빠져 그의 모든 영화는 물론 다른 대만 영화까지 보고 있다.


3. 저녁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덧 6시. 그럼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 저녁 메뉴는 그날그날 다르다. 한식, 양식, 일식, 중식 중에서 보통 먹는다. 아무래도 직업이 셰프이고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다른 음식을 해 먹는다. 요즘 집착처럼 매일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매일 저녁 요리를 내 인스타그램에 푸드 로그로 올리고 있다. 음식 먹는 자랑이라기보다는 매일 집에만 있다 보니 날짜 개념이 없어져서 음식 사진과 함께 isolation 기간을 세고 있다. 보통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메튜가 강아지 산책을 시키거나 저녁을 먹은 후 간단한 뒷정리 후 함께 산책을 나간다. 집에 크지 않은 정원이 있지만 매일 2번씩 최소 1시간 산책을 시킨다. 보통 산책을 갔다 오면 8시다. 바깥이 제법 어두워진다. 그럼 차 한잔을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 그리고 죽음의 9시. 내가 매번 야식의 유혹에 지는 순간이다. 얼마 전에 찹쌀떡이 너무 먹고 싶어서 마트에서 팥을 사 와 앙금까지 직접 만들어 둔 찹쌀떡을 먹거나 베이글 하나를 크림치즈를 발라서 먹는다. 정말 야식의 유혹을 이겨내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게 어영부영하다 보면 12시.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 입고 침대에 눕는다. 침대에 누워 티브이를 켜고 넷플릭스를 열고 이리저리 리모컨을 움직여가며 새로운 것을 찾지만 역시 늘 보던 것을 보게 된다. 미국 드라마들은 시즌이 많아 아직도 시청할 많은 에피소드들이 남아있다. 1시가 가까워지면 스르륵 잠이 든다. 이렇게 오늘의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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