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ein Yun Apr 03. 2020

삶_당신은 안녕하십니까?

호주 멜버른 isolation 11일 차

 처음 코로나 바이러스를 알게 된 것은 1월의 한국 뉴스로부터 였다. 그 당시에는 서울에는 확진자가 없었고 수치도 그리 높지 않았던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걱정이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작년 12월에 2020년 여행 계획을 세우고 비행기표들을 이미 구매해두었었기 때문이다. 호주 외식업계가 비수기에 접어드는 5월 베트남과 한국을 가는 3주 일정이었다. 어차피 한국에 있는 시간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고 그 중간에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 잡혀있어 서울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다 일게 틀림없기 때문에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단순하게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진자 수치는 삽시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2월 초 젯스타로부터 한국에서 호주로 돌아오는 항공편이 취소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에서 한국인 입국 불허를 하는 상황이 생겨나고 내가 가려던 베트남 역시 한국인에게 여행 비자를 내주지 않아 나머지 항공권을 모두 취소해야만 했다. 나의 불운은 거기까지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호주 역시 강력한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이었고 짧은 시간 안에 두 자릿수에 불과하던 확진자수는 세 자리로 그리고 네 자리로 증가했다. 

 호주 정부 역시 심각성을 알아차리고 3월 초에는 social distancing에 관련된 규정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4재곱미터 당 5명 이상 금지, 실내 100명 초과 금지, 실외 500명 초과 금지와 같은 limits om gatherings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로 인해 나가 일하던 식당들도 테이블 간의 거리라든가 예악 인원 등을 조정해 나가며 정직원이었던 나는 상관이 없었지만 캐주얼 근무자들의 시프트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3월 29일 정부는 48시간 안에 레스토랑들을 문 닫는 법을 발표할 거라는 예고를 하더니 그다음 날인 30일 발표가 나왔다. 바, 나이트클럽, 펍 영업금지 그리고 레스토랑, 카페들은 포장 판매만 가능하다는 발표였다. 그리고 이 것은 그다음 날인 31일 12시부터 적용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때 데이 오프였고 1일인 수요일 출근 예정이었는데 30일 오후 회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메일은 회사는 영업을 중단하고 모든 임플로이는 stand down 한다는 내용이었다. stand down은 쉽게 말해 회사에 의한 무급 휴직이다. 해고와는 달리 영업이 재개되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사실 문을 닫으라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순전히 포장 판매로만 정상 영업을 하기에는 매출 대비 운영비를 감당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사실 레스토랑의 경우 술을 같이 팔면서 이윤을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후 체감상 80%의 외식업 관련 업장들이 문을 닫았고 그에 따라 나 포함 수많은 사람들이 수입이 끊어져 생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나를 비롯한 풀타이머, 파트타이머 근로자들은 사용하지 않은 annual leaves(연차)를 주급으로 받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캐주얼 근무자들은 마지막 페이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의 수입 없이 기약 없는 일종의 무직 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국은 식당을 강제로 문 닫게 하지 않고 다만 테이블 간 거리 두기와 소독, 방역을 강화해 계속 영업한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정부가 각각 다른 것에 중점을 두고 본국 여건에 맞는 정부 방침을 발표한 것이라고 믿는다. 호주에 있는 나도 그리고 한국에서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분명 다른 삻의 문제에 직면해 있지 않을까? 평소 영혼 없이 하던 인사가 요즘은 말하기 조차도 조심스럽다.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작가의 이전글 삶_내 인생 첫 반려 라이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