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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in Yun Mar 22. 2020

삶_내 인생 첫 반려 라이프

Harry, Coco and Molly

 한국에서 사는 동안 대게의 젊은이들이 그렇듯 나 역시 부모님 집에서 언니와 함께 생활했다. 물론 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집에는 나만 남았지만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우리 부모님은 내 생각엔 그리 동물 애호가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싫어하는 것은 아니나 큰 감흥 없이 그저 예쁘다 하시는 정도였다. 게다가 언니는 어려서부터 동물 털 알레르기가 있어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집에는 애완동물이 없었다. 내 기억에 딱 한번 아빠가 친구분께 얻어온 새끼 강아지가 온 적이 었는데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키울지 몰라 며칠 있다 우리 집을 다시 떠나게 되었다. 동물을 딱히 싫어하지는 지만 한 번도 가까이서 커본 적이 없기에 늘 생각만 했지 막상 키워볼 생각은 해보지 않았었다. 뉴질랜드 북섬의 작은 마을 출신의 그는 2마리의 개와 2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자랐다. 그래서 그는 사람과의 관계보다 동물과의 관계 속에서 더 편안해했고 항상 그들을 그리워했었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내게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며 거절하던 나도 고양이라면 비교적 손이 덜 가고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도 충분히 잘 기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그는 항상 사람들이 개나 고양이의 종을 중요시 해 보호소에서 가족을 기다리는 많은 동물들을 두고 breeder나 동물병원에서 물건 구입하듯 돈을 주고 사는 것에 대해서 많은 불만과 안타까움을 갖고 있었던지라 우리는 당연히 집 근처 보호서에서의 입양을 선택했다. 보호서에 들어선 순간 들려오는 개들의 짖음 소리를 뒤로하고 들어관 고양 이관에서 나는 참 많은 고양이들을 보았다. 나는 그때 웹사이트를 통해서 2마리의 고양이를 내심 고민하고 있었는데 harry를 보자마자 마음의 결정이 내려졌다. 누가 보아도 굉장히 소심한 것을 알 수 있든 밖에 나와 놀고 있던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케이지 안에서 웅크려 앉아 나를 바라보던 파란 눈동자에서 난 그 아이의 두려움을 보았다. 쉼터 관계자분들은 온 지 한 달이 다되었는데 여전히 사람들을 경계하고 다른 고양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며 조심스레 다른 고양이들을 권유했다. 아마 입양 후 부적응을 걱정하셨던 것 갖지만 조심스레 건네 나의 손길에 조심스레 얼굴 끝을 비비던 지금의 우리 harry, 보호소 이름 flame에 심장이 내려앉았다. 보호소를 오기까지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지 굉장히 조심스럽고 겁이 많던  harry는 처음에는 붙박이장 속에서 방으로 방에서 거실로 그렇게 차근차근 나오기 시작했고 부담스러워하던 우리의 손길에도 익숙해지더니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무릎 위에도 올라오고 자려고 침대에 누우면 곁에 와서 자리를 잡는 애교쟁이로 변했다. 여전히 낯선 이가 오면 숨바꼭질 놀이를 하지만 내게 있어 첫 반려동물인 harry는 나보다 그이를 더 편애하지만 내 마음속 1등이다.


   harry를 입양하고 3개월 즈음 지난 후부터 나는 항상 일하러 하루 종일 혼자 있을 그 아이가 걱정돼 마음이 불편했다. 2번째 고양이는 그렇게 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harry의 가족이자 친구가 되어 줄 고양이를 찾기 위해 다시 방문한 쉼터. 자원봉사자분의 조언대로 여아 kitten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다. 엄청 도도하고 깔끔한 먹보 coco.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자신의 몸을 그루밍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검은 털은 항상 깨끗하고 윤기가 돈다. 낯선 사람이 오든 크게 관심이 없지만 절대 가까이 와서 애교를 부리거나 품 안에 와 안기는 법이 없다. 안을라치면 뾰족한 발톱을 내세워 달아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안기는 것은 싫지만 가끔 와서 애정을 주듯 핥아주는 것이 그녀의 애정 방식인 것 같다. 처음에는 부모와 너무 일찍 떨어져서 점프도 미숙하고 놀이 방법도 모르고 화장실 훈련도 되지 않았던 조그마한 꼬마 숙녀는 우리 집에 와서 harry를 만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둘은 그렇게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 지금은 밤새 추격전을 찍으며 논다.


 줄곧 아파트에서 살다 1년 전 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마침 이사한 집 앞에 큰 공원이 있었는데 항상 개들로 넘쳐났다. 공원을 지나가며 늘 장난처럼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에 대해 이것저것 그와 얘기를 하다 반 충동적 반 계획적으로 강아지 입양을 결정했다. 처음엔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고양이와 달리 무심한 듯 나를 반기는 것이 아닌 온몸으로 나를 반길 그 존재에 대해서 부푼 기대감이 들었다. 그렇게 3번째 방문한 쉼터. 강아지는 고양이와 달리 기본적인 설문조사를 먼저 해야 했다. 집에 아기가 있는지, 직업이 무엇인지 주로 어느 타임에 일하는지 집의 형태는 어떤지 등에 대한 거였다. 보다 높은 입양 후 적응을 위해서 각 가정에 맞는 강아지를 이어 주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둘 다 풀타이머로 근무하고 집에 고양이가 있기 때문에 puppy를 추천받았다. 당시에 입양 가능한 puppy가 우리 molly, 보호소 이름 tulip이었다. 교육장에서 만난 molly는 처음 보는 우리를 마치 오래 알아 온 사람들처럼 서슴없이 다가와 놀아달라고 애교를 부렸고 한번 짖지도 않았다. 그래서 바로 결정을 내렸다. 입양 당시 5개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5kg이더니 1살이 조금 넘은 지금 35kg이다. 항상 자신의 자리가 아닌 우리와 침대에서 자는 것을 좋아하고 낯선 강아지 친구에게도, 사람에게도 짖지 않는 너무 사교적인 molly. 품을 파고들어 키스를 날리고 집에 오면 그 큰 몸을 흔들며 환영의 인사를 주는 우리 집 막내가 있어 단조로운 일상도 무기력한 날에도 미소가 지어지고 힘이 난다.


 아마 호주에 오지 않았더라면 그를 만나지 았다면 난 평생 애완동물을 길러보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말하지 못하는 동물이라 가끔 더 섬세한 관심이 필요하고 생명체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필요하지만 역시 그들이 있어 내 삶이 한층 더 풍요로운 것 같다. 나는 어떤 집사일까? 백 점 짜리는 못되어도 매일 0.1점씩 늘어가는 집사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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