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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예인 Aug 06. 2018

승츠비 보기 싫다

공중파가 가맹 사업 홍보 노릇 하는 걸 봐 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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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생활을 밀착해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죠. ‘나 혼자 산다’나, ‘미운우리새끼’나, 요즘엔 또 ‘전지적 참견 시점’ 같은 프로그램도 있고…


아무리 리얼을 표방한다 한들 TV 안에 리얼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 연출 있고 대본 있는 쇼일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이들 프로그램은 예전 그 프로그램들에 비해 보기 한결 편한데요, ‘오버’가 그나마 덜 섞인 덕분인 것 같아요. 보통의 삶을 비교적 담백하게 그려내죠, 물론 예전 그 프로그램들에 비해서라는 전제가 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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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끔 ‘보통의 삶’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삶도 나오곤 하죠. 특히 도끼 같은 사람이 나오면 뭐 말할 필요도 없고. 최상류층 셀렙의 삶이란 이런 것이다를 몸소 보여주러 나온 듯한… 이걸 내가 왜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이건 신종 심리 고문인가…


그나마 도끼는 잠깐 나오고 말았으니 버티는데, 요즘 빅뱅의 승리가 자주 나오는데 좀 과하다 싶어요. 처음에는 성공한 청년 사업가로 변신한 모습이 그의 예능감과 시너지를 이뤄 꽤 흥미로웠는데… 이젠 그 성공한 청년 사업가의 모습을 너무 써먹다보니 옛날 IMF 시절 ‘성공시대’ 같은 半 프로파간다 방송 보는 느낌마저…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프로그램이 자주 지적받던 게 그거였죠. 상대적 박탈감. 아빠들이 아기 육아하는 거 재밌고 귀엽고 다 좋은데, 현실과 동떨어진 – 연예인이고 쇼 프로니까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니 보통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는 건데요.


사실 성공한 사업가 승리와 성공한 셀렙 승리는 떼어놓고 볼 수 없는 존재죠. 물론 사업가로서의 재능과 노력도 중요했지만, 셀렙으로서의 이름값이 밑천이었음도 부정할 수 없으니.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지 헷갈리지만, ‘나 혼자 산다’나 ‘미운우리새끼’ 같은 공중파 프로그램이 승리 사업의 광고판 노릇을 해주는 것이 우습게도 방증 노릇을 해 주고 있기도 하고 말이죠.


그냥 돈 잘 벌어서 배 아프다는 차원의 박탈감을 넘어서, 공중파를 자기 사업 광고판으로 써먹고 있다는 데서 오는 박탈감까지… 보통 사람은 사업가로서 암만 노력을 하든 상관없이 꿈도 못 꿀 일이죠. 이건 사실 좀 부당하다는 느낌까지 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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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이런 장면은 좀 너무 나간 거 아닌가 싶어요. ‘미운우리새끼’에서 이상민 씨가 사업 규모를 물어보니, “점포당 매출이 월 2억”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얘기한 장면이 있었는데요.


문제가 크죠. 뭐 그 매출 규모의 진위 여부도 우리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이건 단순히 광고판 노릇만 하는 수준을 넘어선 거 아닌가요. 아주 노골적인 가맹 사업 홍보죠. 승리 라멘집, 월 2억 매출 나옵니다! ‘미운우리새끼’ 제작진은 이거 책임질 수 있나요.


그냥 PPL 수준이면, 뭐 그저 그런 공장 육수 라멘 한 그릇 더 먹는 게 누군가에게 큰 손해가 되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가맹 사업은 다르잖아요. 일단 수 억 규모가 오고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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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다운 재미를 추구하면서 담백함도 잃지 않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광고판으로 전락하진 말았으면. 돈 많은 거 자랑하고 보통 사람은 꿈꿀 수 없는 럭셔리한 삶을 보여주는 것까지도 괜찮으니까, 그냥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돈’이 아니라 ‘삶’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매장당 월 매출이 2억이란 얘긴 접어두고, 그 매장을 만들기 위해 뭘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까지만.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승츠비 좀 그만 나옵시다. 보기 싫음. 아, 승리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건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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