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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예인 May 09. 2020

클럽 간 애들 까는 것도 혐오라니


1.


감염병 사태를 완벽하게 막는 방법은 단순하다. 락다운해버리면 된다. 물론 이건 실현 가능한 옵션이 아니다. 시민들의 비협조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설령 성공한다 해도 감염병만 막을 뿐 나라가 개발살날테니.


그렇지만, 감염병 사태는 일종의 준전시에 가깝다. '락다운'은 불가능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통제가 필요하다. 한정된 자원이 한계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


뭐 물론 인권을 최대가치로 내세워서 그냥 다 프리하게 놔두도 되긴 하는데, 그럼 감염병은 당연히 못 막겠지. 인권의 가장 기본 전체인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인권을 어느 정도 제약해야만 하는 모순이 있다. 그러니 그 중간 지점 어딘가에서 조율점을 택해야 하는 것이고.


2.


정부가 시민들의 행동을 '락다운'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다같이 프리하게 코로나파티나 할 수도 없다. 생활속 거리두기란 그래서 나오는 전략이다. 사회 필수 기능이 마비되지 않도록 조금씩 수도꼭지를 열어주되, 방역이 무너지지 않도록 전파를 막기 위함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란 '안 막을테니 너네 맘대로 해라' 라는 뜻이 아니다.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다. 필수적인 동선이나 소규모 모임까지 막진 않을 테지만, 그 외에는 가급적 움직이지 말고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두라는 뜻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전략은 경제나 사회 측면만 고려한 전략도 아니다. 사실 방역 측면에서도 합당한 전략이다. 무조건 락다운만 걸다가 극히 일부의 막을 수 없는 일탈로 인해 락다운이 무너지는 것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사람들 간 접촉을 일정 수준 이하에서 관리하는 게 방역에 더 효과적이다. NYT에서 인포그래픽으로 되게 잘 설명해놨는데 찾기 귀찮아서 생략... 헤헤


하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를 통해 감염병과의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정부의 협조 요청에 자율적으로 따라줘야 한다. 방역 수칙을 따르지 않는 전파 위험자가 임계점 이상으로 많아진다면, 방역은 무너진다.


3.


신천지가 비난받은 건, 그들이 사이비 종교 특유의 광신과 비밀주의를 통해 방역을 대놓고 '무시했기' 때문이다.


클럽도 마찬가지다. 클럽을 비롯한 유흥업소가 위험한 거, 누누히 강조해왔다. 가급적 이용하지 말라고 했다. 갈 거면 신상정보 다 기록하고 가라고 했다. 실내에서 마스크 쓰라고 했다. 2m씩 간격 두라고 했다.


클럽 이용자들, 이거 싸그리 다 무시했다. 클럽 갔다. 신상정보 가짜로 적었다. 마스크 안 썼다. 2m 간격은 개뿔이냐. 클러버들은 방역 수칙을 대놓고 위반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을 무력화했다.


다시 말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은 그냥 폼이 아니다. 심심해서 해 보는 얘기도 아니다.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권고'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해서, '히히 권고만 한 거니까 안 지켜야지' 해도 되는 수칙이 아니다. 겉보기에 락다운처럼 강력해보이진 않아도, 사실 락다운보다 더 효율적인 진짜 방역 전략이다.


신천지, 클럽, 그들이 단순히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난받는 건가? 단순히 그런 이유라면, 그럼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 노동자들도 비난받았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감염 사태까지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 이거 구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게 기실 진짜 혐오 아닌가.


4.


국가의 책임을 묻는 게 물론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역 전략을 대놓고 물먹인 일부 사람들이 면책되는 건 아니다. 팬데믹은 국가 비상사태다. 개인의 책임을 죄다 면책한다면, 강제 락다운 외의 방역은 불가능하다. 성립할 수가 없다.


개개인이 방역 수칙을 어기고 일탈하는 것을 죄다 국가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국가가 일탈을 처음부터 막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한다면, 국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책임 있는 행위는 사람들을 죄다 집에 가둬놓고 망치질해버리는 게 될 것이다. 그럴 수 없기에, 국가는 자유를 보장하되 일정 정도의 책임을 요구하는 거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말이잖나.


병원 밖, 보건소 밖이 너무 평화로운 게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클럽 한 번 갈 때마다 방역 일선에 던져버리는 규칙이라도 있어야 할려나... 갈려나가는 일선이 대체 왜 그들의 일탈을 '이해'해 주어야 하나 이해할 수가 없다. 사회가 무너져내리는 비상상황에 방역 수칙 안 지키는 거 까는 것까지 혐오라고 부르면, 아니 도대체 세상에 혐오가 아닌 게 뭐임? 그냥 하하호호 정치적으로 올바른 세상 속에 코로나 감염 대폭발하는 게 진정 유토피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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