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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예인 Aug 01. 2020

도심의 무법자, 배달 오토바이

배달 오토바이의 교통 법규 무시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1.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아침.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횡단보도 앞에서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다.


보행자 녹색불이 들어온 횡단보도를 그냥 쌩하니 지나가려다, 사람이 나타나자 급하게 멈춘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멈춘 오토바이는 녹색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곡예운전으로 딱 사람만 피해서 횡단보도를 유유히 통과했다.



그 오토바이는 약 100미터 간격을 두고 있던 횡단보도에서 또 똑같은 '끼익'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고, 역시 보행자 녹색불이 들어온 횡단보도를 사람만 피해 곡예운전으로 통과했다.


2.


배민을 위시한 배달앱이 급성장하면서, 도심을 누비는 배달 오토바이들도 수없이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늘어가는데도 배달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공급이 모자라서, 쿠팡이츠와 배민은 웃돈을 줘가며 라이더 확보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배달앱 급성장의 명암에 대해서는 뭐 더 전문적인 분들이 말씀해주실테고, 여기서 하고 싶은 얘기는 그보다 훨씬 단순하고 좀 원초적인 얘기다.


그 수많은 배달 오토바이들이 '도로 위의 무법자'가 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새 도로교통법이 개정되기라도 한 모양이다. 그 내용은 아마 대강 이런 것 같다. 오토바이는 1) 인도 주행을 허가한다. 2) 보행자 녹색불이 켜진 횡단보도도 그냥 지나가도 된다. 3) 차도가 아니라 차선으로 주행해도 된다. 4) 보행자랑 같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괜찮다.


3.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약자성' 또한 중요한 화두다. 그러나 그 '약자성'은 결코 그들이 '도로 위의 무법자'가 되어야 하는 핑계가 되지는 못한다. 그리고 나는 이들 '도로 위의 무법자'가 플랫폼 노동의 약자성보다 결코 무게가 가볍지 않은 사회 문제라고 본다.


어떤 사람은 (진지하게) 이것이 배달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노동의 가치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배달 노동자들의 소득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긴 하지만, 물론 위험 부담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게 마땅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노동의 가치를 지급하지 않는' 것과 그들이 '도로 위의 무법자'가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페이가 얼마냐에 관계없이, 그들은 교통법규를 위반하고 보행자들을 더 많은 위험에 빠뜨릴수록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 효과엔 천장도 없다. 그냥 거의 완전한 정비례 관계에 있다.


4.


악에 인센티브를 주면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을 선택한다. 심지어 그 악이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리면 더욱 그렇다. 과거 모 피자 회사처럼 뭐 '30분 이내 배달'을 내세워 배달 노동자들에게 교통법규 위반을 사실상 강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 배달 시장의 상황은 그때와는 다르다.


배달 노동자들로 하여금 교통법규를 잘 지키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단속과 처벌. 물론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배달 노동자들에게 얼마만큼의 배달료를 지급해야 하는가도 문제겠지만, 그게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는 당연한 룰을 지키지 않는데 대한 핑계가 될 순 없다.


일단 배달 오토바이의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처벌, 종합보험 의무화 같은 기본적인 제도적 정비부터 하자. 아마 그럼 배달비는 오를 수밖에 없을 테지만 그 또한 너무 당연한 얘기고, 당연히 부담해야 할 부분이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배달비는 어느 정도 시장에서 조절이 될 테고, 그게 미진함이 있다면 그때가 비로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해지는 시점일 것이다.


5.


그러니까 제발 배달 오토바이 단속 좀 합시다. 내가 신호 생까고 달려오는 배달 오토바이에 치여서 이런 말 하는 것 맞긴 한데, 이대로면 진짜 도심 도로 상황 개판 되기 직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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