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2
"오다 가다 만나면 제가 커피라도 사드릴게요!" 말씀하시는데 속으로 생각했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 그분을 배웅하고, 나도 집 방향으로 가려고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올라가는 동안 어지러움으로 멈춰섰던 많은 순간들에 단 한 번도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았음이 떠오르며, 그랬구나, 싶었다. 친구랑 통화하다 "아니 좀 있어봐봐."하시며 물을 건네시던 아주머니, 부축해주는 건 내가 불편할까봐 역무원을 불러줄지 물어보시던 아저씨, 내 팔을 꼭 잡고 지탱해주던 아가씨, 그 장면들이 머릿속에 흘러갔다. 그간 몇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출근길이었고 번번히 그러지 못하는 속이 타는 한편,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도와드릴 수 있어 참 기뻤다. 어지러워 몸을 구부리고 앉아 있다, 다리가 저렸다는데, 그 와중에도 기립성저혈압이 있어 그렇다며 이유를 설명하셨고, 혹시 의료진이냐고 물으셨다. "아니요."까지만 대답했는데 뒤에 또 말이 숨겨져 있었다. "그런 건 아닌데, 저도 그 마음 알아서요. 저도 그랬어서요." 요즘은 묵직한 고민이 있으면서도, 찬란한 순간이 하루 속에 많아 무엇을 담아야 할지 골라야 하는, 그런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