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20250922

by 예이린

적막과 고요는 소란이 지나간 후에 뚜렷해진다. 오랜 친구가 경험에 대한 말을 해준 적 있다. 다른 곳에서 본 글을 인용했었다. 머니맨의 글이었다. '내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음식은 아직 안 먹어 본 요리일 수 있다. 인생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이 문장을 두고 이전에는 앞문장에 집중하며 뭔가 더 좋은 게 어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뒷문장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 더 좋은 게 있어서만은 아니며 더 많은 경험을 위함이라고 했다. 오늘 이때의 대화가 떠올랐다. 꼭 많은 경험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나라는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지나온 지금에서야 조금 보였다. 나는 어떤 모양의 소리를 좋아하는지, 어떤 온도의 형상을 편안히 느끼는지, 때로는 불편하고 때로는 맞지 않은 것들을 지나쳐서야 잘 보였다. 헤매기도 하고 휘둘리기도 하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나를 원인으로 두고 생각을 몇 바퀴 돌리며 괴로워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맞추어 보려다 내 일상이 흔들리기도 하는 중에 아주 조금씩은 단단해진 것 같다. 그것만으로 좋고, 그 하나로 감사했다. 적막과 고요는 소란을 겪어서 분명해졌다. 나는 그 잔잔함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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