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고되잖아

20251029

by 예이린

민혜가 울컥했다고 말했다. 혹시 마음에 구겨졌던 부분들이 있다면, 싱가포르에서의 순간들이 다리미처럼 잘 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제주에서 나는 뭐 그리 힘들 게 있다고 그러나 싶다고 말하니, 듣던 사람이 ‘거기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게 힘들잖아요’ 답했다. 그래서 나도 고되고, 너도 고되겠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작은 생각의 변화와 말로 표현해내는 것이 아끼는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니 기뻤다. 보노를 처음 봤을 때, 책의 문장을 말했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소심해서 소심한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이 있었다. 내가 힘들면 힘든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므로, 승승장구만 하는 삶보다는 더 여운이 크고 품이 너른 모양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갔다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거리인데, 뛰어다니는 덕분에 찾아온 니트는 마음에 쏙 들었고, 조금 더 편안해진 친구와의 달리기는 유쾌했다. 자기 직전 들어오는 빛에 창 밖을 보니 별이 많은 듯 했다. 가끔 나의 공간에서 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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