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20251116

by 예이린

통창을 앞에 두고 책을 읽으려고 이어폰을 꽂았고, 음악이 흘러나오자 단풍잎의 미세한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공간을 다르게 감각하기 시작했다. 행복했다. 며칠 전 이곳에 오자고 제안했다. 올해 가을을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주말이었기에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았다. 일찍 출발하지 못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할까봐 염려하는 소심한 기운이 일었던 게 무색할 만큼 이 계절을 만끽했다. 우연히 닿은 곳은 더욱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세은님이 주었던 책을 한참 수납장 위에 두었다가 열었을 때 했던 생각이었다. 무엇이든 내가 열어야 그 신비롭고 황홀하고 따스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마주할 수 있다. 함께 했던 이가 "요즘 너랑 얘기해보니까 생각이 깊어서 다른 사람 말은 안 들어도 될 것 같아."라는 말을 더해주어서 나는 내게 묻고, 또 내가 열고, 놓치기 싫은 것은 찾으며 살아갈 힘을 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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