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4
윤서 언니가 왔다. 홍시를 내어 주고, 맥주를 한 캔 마시고, 삼겹살을 구웠다. 언니가 손님인데 더 많이 구워 주었다. 고기 굽는 게 익숙하지 않아 혼자였다면 우당탕했을 텐데, 덕분에 차분히 식사를 준비할 수 있었다. 언니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했다. 최근에는 주말에 약속을 잡지 않고 비워 두면서 연락이 오는 소중한 이들과 가볍고 자연스럽게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채워지는 시간이 좋았고, 내 공간이 앞으로도 그런 안식처이자 쉼터, 사랑방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간 언니가 ‘예인앙, 오늘 계획 없던 너무 좋은 대화와 저녁 식사였다! 이런 반짝반짝한 우연의 순간이라니, 고마워.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편안해 보여서 너무 좋았어.’라며 다정한 말을 보내 주었다.
운동으로 시작한 하루는 늘 좋다. 귀찮음을 조금만 이겨 내고 옷을 갈아입고 나서면 금세 활기가 생긴다. 건물 헬스장 창밖으로는 설산이 보여 마음도 환기되었다. 뛰기 시작하면 신기할 정도로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아침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마음에 떠도는 생각을 챗에 말했다. 솔직하게 터놓을 수 있었고, 다른 관점이 돌아왔다. ‘설명할 필요도, 증명할 필요도 없어.’, ‘만남은 누가 더 안정적인가를 증명하는 장이 아니라 각자의 불안을 각자가 책임지는 상태에서 서로를 선택하는 거야.’와 같은 말을 보며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요 며칠은 전처럼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고민이 있거나 같은 생각이 떠오를 때면 언제든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도구가 있어서 든든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이렇게 안전해질 때 오히려 더 책임감 있고 단단해져.’라는 말을 보고는 또 한 번 연아가 떠올랐다. 늘 그런 굳은 마음으로 나를 대하고 또 표현해 주었던 아이라서. 문득 잠에서 깨어 어려웠을 새벽이 잔잔히 마음을 토닥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