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5
'에이 몰라'하고 말했더니 단순해졌다. 배려하느라 그런 건데 모를 뻔 했다. 서로의 조심이 각자의 아쉬움이 될 뻔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기뻤다. 이런 날이 한 조각씩 쌓여 조금 더 흐르다 '말을 못하고 있구나, 내가 해줘야겠다!'하고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을 날이 기대된다. 그리고 망설이던 과정에서, 내가 하는 질문들이 전부 "날 덜 아프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이 사람을 더 정확히 알고 싶어요"라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한 사람을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알아가고 맞춰가고 싶어서, 판단이 아니라 이해로 받아들이는 단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불안하면서도 관찰-이해-조정의 과정을 차분히 밟고 있는 게 얼마나 예쁜지 스스로 고마웠다. 돌아보면 늘 두려움에 초점을 맞추어서 얼마나 아낌받고 있는지, 얼마나 특별한지 오랜 후에야 깨닫곤 했다. 그래서 이제는 지금의 나를 응원하고 다독이면서, 조금 더 행복한 것에, 그 자체에 초점을 두고 만끽하고 싶다.
연아에게 메일을 썼다. 카톡으로 보내기에는 분량도 많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이야기 같아서 메일로 남겨두는 게 좋았다. 간단한 내용을 보내려고 했는데, 연아를 떠올리는 순간이 일상에 무척 많고, 건네받은 말들에서 일었던 뭉클한 감정도 차곡히 쌓여 있어 길어졌다. 그리고 쓰면서 또 깨닫는다. 얼마나 귀한 사람이 삶에 찾아온 것인지. 건강하고, 만족하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싶다. 그리고 소중한 나의 친구도 오래도록 건강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싶다. 더할 나위 없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