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해석

20220307

by 예이린


왜 이렇게 내가 한 일을 작게만 여겼을까 생각한 밤이 있다. 종이책을 넘기며 끄덕끄덕 좋은 생각이 차오를 때였다. 그 책은 마음이 지쳤을 때 ‘책은 전자책으로 보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읽는다’는 원칙을 잠시 뒤로 미루고 구매한 것이었다. 책 말고도 지웠던 어플을 깔아 햄버거를 시키거나, 우산처럼 퍼지는 검은 스커트를 사는 것도 내가 선택한 위로들이었다. 평소에 절제하던 것들 덕분에 난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준 돈은, 회사에 들어오려고 직무를 확인하고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연습한 과정의 결과물이자, 매일 아침 알람을 몇 번씩 끄면서 겨우 일어나 문밖으로 나간 의지의 댓가였다. 늘 당연하다 작다고 여겼던 일들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화려한 이야기가 반짝이고 있어 나의 것은 잘 느껴지지 않게 마련이지만, 몹시 위대한 일들이다. 나의 하루도 당신의 하루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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