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20260315

by 예이린

겨울 내내 읽던 책을 다 보았는데, 주말 낮 시간 글을 살피던 기운이 남아 있었다. 선반을 열어보니 오래 전 사둔 파란 표지의 소설이 보였다. 그때는 손에 잡히지 않아 긴 시간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실까, 원래 비유를 잘 하셨지, 생각하며 읽어가다 ‘함께 못나서, 참 좋았습니다’ 문장에는 울기도 했다. 책을 읽다가 그런 적은 잘 없는데 감정이 조금이 쌓이다 터지게 했다. 함께 우스꽝스러워지자던 <어쩌면 해피엔딩>의 둘도 떠올랐다.

끝난 줄 알았던 전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말에 얼른 일어나 준비했다. 그림만큼 이야기가 많았고, 내 사진에는 그림만큼 글이 많이 담겼다. 꼭 찾자고 다짐했던 공간이 세 곳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 그림을 그린 이가 만든 장소였다. ‘사는 게 너무 바빠 잠시 숨쉬고 싶을 때 책에 둘러쌓여 아무도 몰래 숨쉴 수 있는’라고 표현되어 있었다. 그곳은 그 이상이었다. 꼭 동화 같아서 숨을 쉬거나 트인다기보다, 옅은 솜사탕 빛의 숨이 드나드는 것 같으니까.


살면서 배워야지, 라는 메모는 자주 들여다보았던 그 공간의 액자 속 문장이었고, 그림을 그릴 때 들었던 음악, 그리고서 쓴 글이 나란했던 그림의 한 부분은 꼭 새가 날고 있는 듯 했다.

집에 있으면 집이 최고인 듯 싶다가 세상 구경하면 또 잘 나왔다 싶다. 곶감 들어간 건 다 맛있는 건지 행복이었다. 오래 전부터 궁금했던 곳에 머무른 일요일 낮이었다.

출근해야 해서 조금 심통이 났다가 야경을 보면 풀어져버리는 마음. 커다란 그림이 걸린, 창이 큰 집들이 보였고 서울에 대해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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