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대 아니면 지원 못해줘"

엄마가 하고 싶던 말이 그게 다는 아니었을텐데

by 예이린
연고대 아니면 지원 못해줘


그날 차안에서 보던 바깥 풍경과 공기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나는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오며 중하위권이던 등수가 10등 안으로 들어왔다. 원하던 학과가 있었는데, 수도권에는 3개의 학교가 있었고, 소위 sky라고 불리는 대학에 갈 수도 있겠다고 학교에서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축하받던 시기,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엄마 차를 탔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던 그날 엄마는 내게 걱정스러우면서도 용기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정도 대학이 아니라면 엄마는 지원해줄 수 없을 것 같다고.



내가 알아서 할게.


나의 대답이었다. 넉넉하지 않은 집에 부담 주지 않으려고 학원도 다니지 않았는데, 장학금을 찾아 신청하고 그 돈으로 인강을 들었는데, 혼자서 많이 애썼는데, 다른 사람들이 건네는 축하와 인정 대신 걱정과 한계를 주는 엄마에게 많이 섭섭했다. 하지만 엄마가 나를 키우며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했다고 생각해왔었고, 담담히 감정을 풀어가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감정은 표현되지 못한 채로 남았고, 마음에 벽이 생겼다. ‘그때 엄마는 날 도와주지 않았어.’하고 말이다.


이때의 섭섭함은 성인이 된 후 엄마는 힘들 때 나를 찾거나 기대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비칠칠 때 고개를 내밀었다. ‘엄마는 그때 나를 외면했잖아. 근데 왜 그래?'하는 생각이 들어 엄마도 밉고,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도 미웠다. 이제 와서야 엄마도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성적이 올라 서울에 대학을 갈 수도 있는데 지원해줄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그 마음도 아팠을 것이다. 다만 복잡한 마음을 고등학생인 내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할 줄 몰라서 고민 끝이 내린 기준과 결론부터 건넸을 것이다.


'노력해서 여기까지 온 게 자랑스럽다고, 그런데 한편으로는 서울에 대학을 가게 되면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속상하지만 현실적으로 고민이 된다고, 엄마는 이 정도 레벨의 대학이면 그래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면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곳이 나을 것 같다고, 너의 생각은 어떻냐고' 물어줬다면 어땠을까. 나는 알아서 하겠다는 말로 벽을 두는 대신 어떤 고민들을 했는지 엄마에게 묻거나, 결론부터 들으니 속상하고 당황스럽다고 표현하거나, 방법을 찾아보겠지만 그래도 어려우면 조금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면 어땠을까. 엄마를 만나면 10년 전의 이야기지만, 대화를 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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