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데 우리 집에 가자"

동굴에 숨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1)

by 예이린
그래도 네가 이해해야지


6년 전 엄마에 대한 복잡하게 엉킨 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친구에게서 돌아온 답이었다. 평소와 달랐다. "그랬겠구나. 너 힘들었겠다."가 아니라 "그래도 네가 이해해야지."라니. 나는 꽤나 당황했고, 고집스럽게 내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 친구가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를 들여다보고 보듬어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계속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뚝심 있는 표정과 말투로, 절대 꺾이지 않을 듯이.


미안한데 우리 집에 가자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나 5년 동안 사소한 말싸움 한 번 없었던 친구였다. 그런데 아무한테도 못하던 이야기를 했는데 나보고 이해하라니, 화가 났다. 가장 잘 공감해줄 거라 생각했던 사람이었기에, 하나하나 알려준 내 입이 미울 만큼 후회가 되었다. 급하게 계산을 하고 도망쳐 나왔다. 달려가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친구가 팔을 잡고서 세웠다. 그냥 집에 가겠다는 나를 잡고, 또 잡았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진정이 되지 않았다. 뱉어낸 말이 벽에 다 부딪힌 듯한 느낌이었다. 그 상황이 어색하고 그냥 싫었다. 그런데 자꾸만 팔을 잡고서 자기 의견을 고집하는 친구에게 나도 언성이 높아졌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볼 만큼 우리는 싸우고 있었다.


그냥 좀 집에 가자는 내게 친구는 이렇게 택시 타고 가버리면 뭐가 해결되냐며, 혼자 동굴로 숨어 들어가는 거 아니냐고 화를 냈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 네가 겪은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쉽게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친구는 "그럼 나보고 '네가 뭔데 지껄이냐'고 화를 내야지" 그랬다. 나는 "어떻게 그래? 나 위해서 한 말인데, 내가 그 말하면서 상처 받을텐데"라고 답했다.


상대가 상처를 받아도 네 감정을 말해야지.
나한테도, 엄마한테도 말해야지.


그래서 그날 나는 친구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못할 것만 같던 일을 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계산하고 나오던 순간 '이제 끝이다'라고 생각했던 게 맞았다.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힘들다고, 왜 몰라주냐고 투정 부릴 자신이 없어 차라리 감정을 숨기고 혼자 있는 쪽을 택하는 게 대처 방식이었는데, 내 팔을 붙잡던 친구 덕분에 그날 처음 감정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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