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네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주고 싶었어"

동굴에 숨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2)

by 예이린

처음으로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친구에게 표현하고 나니 낯설고 민망했다. 괜히 다른 이야기를 하며 화제를 돌렸다.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해."라며 짠하게 쳐다보던 친구는 잔잔히 대화를 이끌었다.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내가 정말 제대로 치유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래도 자신의 표현이 서툴렀다고 사과했다. 그렇게 갑자기 "이해해야지."라고 투박하게 건네면 안 되는 거였다고.


오늘은 네 얘기를 정말 많이 들어주고 싶었어.
말을 조금만 하고 싶다는 마음에 앞뒤 설명도 없이 그랬네. 미안해.


1시간 전쯤 우리 추억도, 우정도 무시하고 친구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싶어 전하고 싶핵심부터 꺼냈다는 친구, 미안한 마음이 번졌다. 친구의 다음 말을 듣고는 내가 참 못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단호하게 말했던 건 화가 나서였다고 그랬다. 자기가 만나온 우리 엄마는 정말 좋은 분인데, 내가 설명하는 사람은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지를 몰라서 꽁꽁 숨겨둔 내 감정에 치우쳐 엄마를 나쁜 사람으로만 만들어버렸다.


친구의 집에는 운전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이걸 아는 엄마는 벚꽃 드라이브를 시켜주곤 했다. 그럴 때면 내 친구가 앞좌석에 탔는데, 뒷자리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정이 많고 따뜻해서 마음 속 깊이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6년이 지난 지금도 감정을 마주하고 표현하는 게 서투르지만, 친구가 내 팔을 붙잡고 한참을 이야기했던 이날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외롭고 힘들었을 것 같다. 진심을 건네준 친구에게 많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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