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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이린 Oct 30. 2023

모든 선택

20231026

예전에 동료가 사주를 봐줬던 것이 궁금해서 기록장을 찾았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오랜만에 집에서 아침을 먹는 나를 위해 감자볶음을 해주려다 손을 베인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까맣게 잊고 있던, 2016년 8월 13일의 어느 순간. 퇴근길 지하철이었는데, 눈물이 났다. 이 기록이, 기록들을 남겨준 그때의 내가 고마웠다. 언니에게 보내자, "예인이가 일기도 쓰고 사진도 찍어놔서 언니도 같이 추억할 수 있는 것 같아"라고 답이 왔다. 우리 가족에게는 정말 보물같은 기록이다. 휴학을 했던 걸, 취업 준비하던 기간에는 꽤 후회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지나고 나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영영 못 만나게 된 지금에는, 정말 고마운 선택이 되었다. 나의 글이나 기록이 내가 아닌 타인의 마음에 가닿을 때 풍요로워지는 마음이 들었고, 어떠한 선택이 당장 나를 힘들게 하는 듯 보여도 오랜 뒤에는 그 덕분에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마음에 조금의 여유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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