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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이린 Oct 30. 2023

바닷마을다이어리

20231029

가을이 완연해서 등산을 갈까 많이 고민했지만, 오래 전 잔잔한 여운을 주었던 이야기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보러 갔다. 2015년 나온 일본 영화인데, 올해 연극으로 제작되었다. 예술의 전당에 도착해 포스터를 보니 마음이 설렜다. 그리고 잔잔히 봤던 영화와는 달리 연극은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사치, 요시노, 치카가 스즈를 챙기는 모습에서 올 여름 나를 챙기던 언니들이 떠올라서 더 그랬다. '이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그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정말 아프기만 했을 시간들이었으니까. 돋보이려고 하게 되는 춤 무대와 다르게, 자기 자리에서 담담히 그만큼만 빛을 내는 게 연극이고, 배우라는 생각도 했다. 지금껏 본 연극 중 가장 인상 깊었다. '행복도, 불행도 나여서 일어나는 거다. 일어날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신은 우리를 챙기지 않으니, 스스로 보살펴야 한다'에서는 나에게 이렇게 몰입하게 되는 순간을 챙겨주는 것도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꼭 맞춰야 하지는 않아. 몇 개 없는 게 보통의 삶이야. 그리고 때로는 우연히 그 조각을 찾기도 한단다.'는 대사에 내 방식으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던 것을 손에서 놓기로 결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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