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9
목포에 갔다. 우리를 태운 동우오빠는 "뭐할까요?" 물었다. 나도 목포에 가서 계획 있느냐는 질문에 "없어. 그냥 함께 존재하러 가."라고 답했었다. 그저 얼굴을 보기 위해 일년에 두세 번 모이는 우리니까. 오돈에 가서 옛날식 돈까스를 먹을 때는 스프가 무척 반가웠다. 오랜만에 둘러보는 정겨운 시장은 과일 색이 곱고, 문어숙회도 무척 싸고, 갓 썰은 족발도 정말 맛있었다. 그리고 동우오빠네 도착하니 우리를 늘 따스하게 반겨주는 재은이가 화사한 식탁을 차려주었다. 늦은 새벽 숙소로 돌아오는 길마저 낭만적이었다. 모든 순간이 온화했다. 저녁을 먹을 때 동우오빠가 영원회귀론에 대해 한참 말했었다. ‘지금 이 인생을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라는 이야기였다. 내 인생 전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하나만은 분명했다. 이 사람들과의 시간은 몇만 번이고 반복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