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0
휴학을 하고 부산에 있던 시기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엄마가 영화의 전당에서 독립영화를 보곤 했는데, 그 모습을 그대로 닮게 된 것 같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들도 그쯤 알게 되었는데, 잔잔한데 묵직했다. 일상적인데 의미가 있었다. 오늘 괴물을 보면서도 고레에다의 작품이네 싶었다. 낮에 <괜찮은 태도>를 읽었는데 법정스님의 임종게가 나왔었다. '분별하지 말라'로 시작하는 짧은 말씀을 남기셨다. 기억에 남았었다. 판단과 훈계가 도처에 많아서, 나도 어쩌면 그러면서 내 존재를 확인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서. 작품은 사실을 두고 보는 사람에 따라 얼마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는 관객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고야 마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나도 괴물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람은 세상이 아니라 자신이 해석한 세상에 산다는 문장이, 영화가 끝난 후 여러 번 떠올랐다. 보기를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