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대파 입양하기
열심히 살다 보면 가끔 이렇게 우울해질 때가 있다.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나는 바쁜 현대인이고 우울한 날 수만큼 일이 쌓인다.
우울하지만 우울할 수 없을 때,
기분을 견인하기 위해 나는 갑자기 이상한 짓(!?)을 한다.
이 매거진은 갑자기 뭔가를 하는 모음 +_+
그 뭔가와 함께 당시의 순수함과 즐거움도 박제되길 바라며..
최근의 이상한 짓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서 생긴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했다.
네거티브한 생각이 내 전두엽을 80% 정도 침략했을 때 내 뇌가 SOS를 쳤다.
파!! 파를 키우자!!
새로운 걸 시작할 땐 검색부터..
뿌리째 심어두면 알아서 엄청 빠르게 자란다고 하는데
자라는 모습이 너무 귀엽잖아.
귀엽고 초록초록한건 다 옳다.
도보 3분 거리에 있지만 귀찮아서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롯데마트에 방문했다.
뿌리가 잘 살아있을수록 좋다고 해서 튼실하고 뿌리가 살아있는 대파 한 단을 입양했다.
(조금만 데려오고 싶었는데 반 단은 없네)
푹신푹신한 배양토도 사고, 다이소에서 우리 파들이 살 화분도 사옴(신남)
짜잔- 세계 최고로 신선한 파들파들 입양!
뿌리가 있는 채로 데려와 본 건 처음이라 새로웠다.
역시 새로운 것이 반짝한 기분을 내는덴 최고!
파를 옮기기 전 파들이 살 아늑한 화분을 세팅해준다.
베라 스푼으로 힘들게 옮겨놨더니 그걸 보고 있던 짝꿍이 말했다.
"비닐장갑 끼고 옮겼으면 편했을 텐데"
...? 왜 다 옮기고 나서 얘기하는데?
머리 자르고 이사 가자~~ 댕-강
다섯 아이 중에서 한 아이는 뿌리가 잘려있어서 (흑흑)
한 아이를 빼고 네 아이만 옮겨주었다.
파뿌리가 생각보다 길어서 베라 스푼으로 쇽쇽 집어넣어줌.
도레미파(와 드림이)를 소개합니다~
엄청 쉽다! 쉽고! 간단하게! 기분이 좋아!!!
남은 파들은 먹기 좋게 잘라놓았다.
대파 한 단 처음 사봤는데 엄청난 양이다.
썰면서 엉엉 울다가 파를 물고 썰면 안 맵다는 손담비 어머님(?) 말이 생각나서 물고 했더니 진짜 안 매움
그리고 엄청 크다!!
매번 깔끔하게 잘려있는 것만 사 먹어서 몰랐는데
자연은 위대하구나..!!
우리 도레미파도 이렇게 무럭무럭 크기를.
3시간 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대파의 발육 속도
자고 일어나면 크는 것이 너무 귀엽고 기분이 좋아서
매일 아침 눈 뜨면 도레미파에게 굿모닝 하고
도레미파를 심은 시간대에 맞춰 매일 사진 찍는 게 행복 루틴이 되었다.
나혼산에서 콩나물 키우던 장도연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순간.
5일 동안 지켜보니 첫째인 '도'의 발육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반면 '레'가 잘 안 자라서 걱정됨ㅠㅠ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싱싱하게 잘 자라는 중인 듯!
총 평: 첫 만남 기분 회복력은 강력함. 이후 지속력은 약하지만 볼 때마다 엄마미소 정도의 효력
- 기분 회복력: 첫 만남 120%, 이후 볼 때마다 순간 기분 회복 20%
- 순수함: ★★★★☆
- 즐거움: ★★★★☆
- 난이도: ★☆☆☆☆
- 총비용: 1만 원 이내 (파 한 단, 화분+받침대, 배양토)
- 색깔로 표현한다면: 노랑과 초록
- 코멘트: 아 근데 난 파를 안 먹는다 (음식 재료로는 쓰지만 먹지는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