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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May 24. 2020

도레미파를 키우자

마트에서 대파 입양하기

열심히 살다 보면 가끔 이렇게 우울해질 때가 있다.

자매품: 나는 쓰레기야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지만,

나는 바쁜 현대인이고 우울한 날 수만큼 일이 쌓인다.


우울하지만 우울할 수 없을 때,

기분을 견인하기 위해 나는 갑자기 이상한 짓(!?)을 한다.

이 매거진은 갑자기 뭔가를 하는 모음 +_+ 

그 뭔가와 함께 당시의 순수함즐거움도 박제되길 바라며..




최근의 이상한 짓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면서 생긴 스트레스 때문에 발생했다.

아무도 모르는 우울할 때 내 모습


네거티브한 생각이 내 전두엽을 80% 정도 침략했을 때 내 뇌가 SOS를 쳤다.


파!! 파를 키우자!!




새로운 걸 시작할 땐 검색부터..
왜 하필 파냐고 묻지 마시길. 전 그냥 뇌가 떠올리는 대로 합니다 힣
파 키우는 동지들이 은근히 많다.


뿌리째 심어두면 알아서 엄청 빠르게 자란다고 하는데

자라는 모습이 너무 귀엽잖아.

귀엽고 초록초록한건 다 옳다.


도보 3분 거리에 있지만 귀찮아서 한 달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롯데마트에 방문했다.

뿌리가 잘 살아있을수록 좋다고 해서 튼실하고 뿌리가 살아있는 대파 한 단을 입양했다.

(조금만 데려오고 싶었는데 반 단은 없네)


푹신푹신한 배양토도 사고, 다이소에서 우리 파들이 살 화분도 사옴(신남)


짜잔- 세계 최고로 신선한 파들파들 입양!
마트에서 입양한 파들과 첫 대면


뿌리가 있는 채로 데려와 본 건 처음이라 새로웠다.

역시 새로운 것이 반짝한 기분을 내는덴 최고!


파를 옮기기 전 파들이 살 아늑한 화분을 세팅해준다.

삽을 안 사와서 베라 스푼으로 뽀짝뽀짝 옮김


베라 스푼으로 힘들게 옮겨놨더니 그걸 보고 있던 짝꿍이 말했다.

"비닐장갑 끼고 옮겼으면 편했을 텐데"

...? 왜 다 옮기고 나서 얘기하는데?


머리 자르고 이사 가자~~ 댕-강
좀 더 짧게 자를걸..


다섯 아이 중에서 한 아이는 뿌리가 잘려있어서 (흑흑)

한 아이를 빼고 네 아이만 옮겨주었다.

파뿌리가 생각보다 길어서 베라 스푼으로 쇽쇽 집어넣어줌.


아 너무 귀여워ㅠㅠ


도레미파(와 드림이)를 소개합니다~
파들파들


엄청 쉽다! 쉽고! 간단하게! 기분이 좋아!!!


남은 파들은 먹기 좋게 잘라놓았다.

대파 한 단 처음 사봤는데 엄청난 양이다.

썰면서 엉엉 울다가 파를 물고 썰면 안 맵다는 손담비 어머님(?) 말이 생각나서 물고 했더니 진짜 안 매움


이 거대한 대파 한 단이 2천 원 대였다는 게 더 충격적임. 매번 소량으로만 사 먹어서 몰랐네


그리고 엄청 크다!!

매번 깔끔하게 잘려있는 것만 사 먹어서 몰랐는데

자연은 위대하구나..!!

우리 도레미파도 이렇게 무럭무럭 크기를.


이것은 알로에가 아닙니다.


3시간 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대파의 발육 속도
발육 속도가 가장 좋은 첫째 '도'


자고 일어나면 크는 것이 너무 귀엽고 기분이 좋아서

매일 아침 눈 뜨면 도레미파에게 굿모닝 하고

도레미파를 심은 시간대에 맞춰 매일 사진 찍는 게 행복 루틴이 되었다.


나혼산에서 콩나물 키우던 장도연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순간.


도레미파 무럭무럭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5일 동안 지켜보니 첫째인 '도'의 발육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반면 '레'가 잘 안 자라서 걱정됨ㅠㅠ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싱싱하게 잘 자라는 중인 듯!


도레미파의 성장일기. 점점 더 쌔초래지고(?) 있다.




기분이 우울할 땐 갑자기, <도레미파를 키우자>

총 평: 첫 만남 기분 회복력은 강력함. 이후 지속력은 약하지만 볼 때마다 엄마미소 정도의 효력

- 기분 회복력: 첫 만남 120%, 이후 볼 때마다 순간 기분 회복 20%

- 순수함: ★★★★☆

- 즐거움: ★★★★☆

- 난이도: ★☆☆☆☆

- 총비용: 1만 원 이내 (파 한 단, 화분+받침대, 배양토)

- 색깔로 표현한다면: 노랑초록

- 코멘트: 아 근데 난 파를 안 먹는다 (음식 재료로는 쓰지만 먹지는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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