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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Jan 19. 2024

02. 시간의 흔적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살아있는 시간이 언제예요?”

탐정을 따라 도착한 곳은 작은 오두막이었다.

✨ 당신의 반짝이는 시간을 되찾아드립니다 ✨


오두막 앞에 시간을 찾아준다는 홍보문구가 쓰여있으니 아마 탐정 사무소나 뭐 그런 거지 않을까 생각했다. 탐정 사무소의 중앙에는 큰 책상이 있었고, 그 위에 다양한 모양의 시계들-시계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양이라 처음엔 몰랐지만, 탐정이 시계라고 알려줬다-이 널브러져 있었다. 솜사탕이나 구름처럼 몽글몽글한 모양도 있었고, 액체 형태로 된 것도 있었다. 그중 가장 신비로운 건 빛 그 자체라고 말해도 될 만큼 빛에 둘러싸여 있는 시계였다.


탐정은 그 시계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앉으면서 말했다.

“시간을 찾으려면 당신의 시간을 삼킨 아이를 찾아야 해요.”

나는 탐정의 맞은편에 앉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곳 꿈속 세계에는 한 아이가 살고 있어요. 그 아이는 사람들의 시간을 삼키죠.”

“무슨 시간을, 왜 삼켜요?”

“아이는 예쁘고 반짝이는 시간을 삼켜요. 아이들이 원래 그렇죠 뭐.”

“그럼 아이한테 시간을 뺏기면 꿈에 갇히게 되는 거예요?”

탐정은 의자에서 일어나 사무소 안을 천천히 거닐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더 이상 반짝이는 시간이 남지 않게 되면 그렇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아이가 삼킨 시간은 원래 당신의 것이었어요. 그러니까 당신에게 남아있는 시간의 흔적을 쫓아가야 해요.”

탐정은 다시 의자에 앉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살아있는 시간이 언제예요?”


마지막으로 살아있던 시간.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같이 영화를 보러 가자던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반복되는 하루 중에서 좀비가 아닌 채로 머물 수 있었던 그 잠깐의 시간. 그때를 떠올리니 갑자기 억눌러왔던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무의식 중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휘저으며 당충전을 위해 받은 사탕을 찾았다.

“어..?”

여기는 꿈속일 텐데, 현실 세계에서 친구에게 받은 사탕이 주머니에서 만져졌다. 난 사탕을 꺼내 들었다. 반투명한 비닐에 쌓여있는 노란색의 레몬맛 사탕이었다. 그리고 그 사탕을 꺼내 든 순간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른 빛을 내는 작은 별이 반짝였다.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건 탐정이었다.


“저 별이 원래 있었던가요? 이전에는 못 봤던 것 같은데..”

탐정의 말에 나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고 별을 바라보았다. 작은 별은 이전처럼 꺼지기 직전의 희미한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봐달라는 듯이 온 힘을 다해 반짝이고 있었다.

“혹시 저게 시간의 흔적을 쫓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요?”

“당신의 꿈속은 아주 단조로우니까 조금의 변화라도 있다면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한 번 가볼까요?”


나는 탐정과 함께 사무소 밖으로 나와서 별이 떠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실마리를 찾았다는 생각에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길을 걸으며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안으로 밀려오는 숨 사이로 짠 내음이 섞였다. ‘근처에 바닷가가 있나?’ 생각하던 차에 눈앞에 펼쳐진 별들의 무리에 한순간에 시선을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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