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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Feb 01. 2024

첼로에 입문한다.

그리고 첼로에 진심이 되어 버린 나...

음미체가 가져다주는 정신적 평온과 수양의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기에,

쉬는 기간 동안 몸과 마음을 다지기 위해 음미체를 두루 섭렵하고 싶었던 나.


운동은 기존에 하던 PT 횟수를 더 늘렸다.

펜싱을 추가로 해볼까 했지만 아직 망설이는 중.


미술은 그림 솜씨가 부족해서 글쓰기로 대신했다.

요즘은 AI 서포터도 있으니 일러스트는 '미드저니'라는 그림 그려주는 AI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음악! 

간지 나는 악기를 하나 하고 싶은데, 

피아노를 어릴 때 오래 쳤었기 때문에 현악기 중에 고르고 싶었다.

현악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서 도전정신이 불타오른다.

우울해질 틈도 없이 고난이 닥쳐오겠지? 후후

흔한 것은 사절이기에 처음엔 콘트라베이스를 생각했으나,

취미로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첼로로 타협했다.


그리고 어느새 4개월 차 첼리스트가 된 나.

첼로에 진심이 되어버렸다.


아직은 열정 활활 태우는 중


처음엔 가볍게 주 1회 그룹 레슨으로 시작했다.

그으라는 대로 그었는데 활은 끽끽 울어대고, 

지판 스티커가 붙어있었지만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 부자인 나에겐 이 상황이 오히려 기회처럼 느껴졌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느껴가면서 나아갈 수 있었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지루하게 느끼는 곡이든 아니든 내가 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각 음을 연주할 때 혹은 여러 음을 이어서 연주할 때 

달라지는 몸의 모양과 힘의 위치, 나의 마음 상태를 느끼는 것이 재미있었다.


선생님은 연주에만 집중하는 내가 신기하다며 한 가지 제안을 하셨다.

"이거 하농 같은 건데, 도움이 정말 되지만 재미는 진짜 없거든요. 해보실래요?"

나는 기회를 덥석 잡았다. 하농? 오히려 좋아.

어른이 되니까 하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


그다음은 취미반이니 남들 다 아는 곡 하나 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며

바흐 무반주 첼로 곡을 권하셨다.

잘 모르지만 들어본 적은 있는 곡이라 하겠다고 했다.

연습을 하다 보니 더 잘하고 싶은데 악기가 없으니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악기도 하나 장만했다.


이쯤 되니 진심이 되어버렸다. 

빨리 질리는 성격이라서 악기를 사버리면 마치 끝장을 본 것 같아 흥미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더 열심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꾸준히 해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걸 목표로 하려고 한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길고 긴 목표로.

최소 5년 프로젝트 정도 되지 않을까?


연주를 하며 쌓이는 시간이 나중에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 거라고 믿는다.



기분이 우울할 땐 갑자기, <첼로에 입문한다.>

총 평: 첼로를 연주하는 내가 간지 나 보이지만 소리는 그렇지 못 함.

- 기분 회복력: 100%

- 즐거움: ★★★★★

- 난이도: ★★★☆☆ (취미가 아니었다면 난이도가 별 5개로 모자랐을 것)

- 총비용: 첼로 레슨비가 매달 10만 원 대 초반. 악기는 학원에서 빌려주지만, 추가 연습을 위해 내가 장만한 악기는 70만 원.

- 색깔로 표현한다면: 브라운

- 코멘트: 악기가 상전이다. 예민한 친구라고 해서 뭐만 하면 망가질까 봐 건드리기가 무섭다. 빨리 친해지고 싶다. 조금 무심하게 다뤄도 용서해 줄 만큼 마음이 넓은 친구였으면 좋겠다. 어디 아프면 이고 지고 갈 것이 무겁고 무섭다. 첼로를 들고 다닌 다음 날 항상 PT 쌤한테 어깨 내려갔다고 한 소리 듣는다. 아직 이름을 못 지었는데, 딱 맞는 이름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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