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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Jan 25. 2024

인생 13개월 차 아기와 해외여행

힘들다. 그래도 또 가고 싶다.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지나자 눈에 띄게 활동이 왕성해졌다.

뒤뚱뒤뚱, 그러나 절대 넘어지지 않는 이상한 걸음으로 울퉁불퉁한 길을 잘도 걷는다.

살짝 경사가 있는 곳이나 계단을 만나면 도전적인 난이도에 흥분을 금치 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에너지가 늘기만 하는 아이를 체력이 꺾여가는 부모는 이길 힘이 없다.

그래서 파워 집순이인 나조차도 '차라리 밖에서 발산하고 오자'는 생각으로 쉬는 날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날이 많아졌다.


하지만 모름지기 놀이는 모두 함께 즐거워야 하는 법.

국내 여행이 질린 부모는 겁도 없이 해외여행을 기획했다.


짝꿍이 열심히 제작하고 발표한 오키나와 여행 프레젠테이션 자료의 일부


아이가 무리하지 않으면서 부모가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아래 세 가지에 신경 썼다.

1. 숙소

2. 식사 (+간식)

3. 즐길거리는 하루에 한 곳만


추가로 오키나와는 차가 있어야 이동이 편하기 때문에 렌트를 했다.



1. 숙소

'알라 마하이나'라는 콘도 호텔의 '디럭스 트윈룸'에서 묵었다. 가히 우리 셋 모두 만족할만한 방이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방 1개, 거실 1개

숙소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넓은 숙소를 골랐다. 또한 아이의 숙면을 위해, 그리고 육퇴 후 맥주 한 잔을 위해 분리된 방이 하나 있어야 했다. 


2) 가드도 필요 없을 만큼 널찍한 침대

방에 더블 침대로 보이는 크기의 침대가 2개가 붙어 있었고, 거실에 싱글 침대가 두 개 더 있었다.

침대에서 구르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딱이고, 셋이 같이 자도 불편하지 않으면서 가드가 필요 없을 만큼 넓어서 안전했다.


3) 아이가 뛰놀 수 있을 정도의 공간

아이가 아직 작기 때문에 엄청 큰 공간까지는 필요 없다. 하지만 이제 막 걷고 뛰기 시작한 아이는 작은 공간에서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거실이 꽤 공간이 되어서 작은 소파를 밀고 뛰어다니며 숨바꼭질과 공놀이를 했다.


4) 흥미를 끌만한 공간

방에서 거실 쪽으로 미닫이 창문이 하나 나있었다. 베란다 창 쪽으로 나있는 걸 보니 햇빛 때문이겠거니 싶었지만, 까꿍놀이 하기에 아주 제격이었다.


5) 오션뷰

이건 그냥 우리 부부가 오션뷰를 좋아해서...ㅎㅎ 이렇게 취향도 물려주게 되려나.


(왼쪽부터 순서대로) 방, 거실, 방과 거실 사이의 창문


2. 식사 (+간식)

이건 계획 담당인 짝꿍이 고생해 주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탐색하고 싶어 하는 아이를 데리고 그때그때 밥집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동선에 맞게 키즈메뉴를 보유하고 있는 밥집을 미리 2-3개 정도씩 찾아두었다.


혹시 아이의 컨디션 난조로 숙소로 일찍 돌아와 저녁을 밖에서 못 먹을 때를 대비해서는 숙소 내 식당 옵션과 더불어 김자반 같이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반찬을 챙겨두었다.


예상치 못하게 이동 시간이 길어지거나 밥시간을 못 맞출 경우를 대비하여 간식도 넉넉하게 챙겨서 가지고 다녔다. 집에서 챙겨간 것도 있지만 편의점에 가면 쉽게 아이들 과자를 찾아볼 수 있다. 친절하게 6개월 이후, 9개월 이후. 이런 식으로 나이대도 쓰여있다.



3. 즐길거리는 하루에 한 곳만

총 3박 4일의 일정 동안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 하루에 한 곳씩 갈 곳을 정했다. 


1일 차. 이온몰 라이카무

숙소가 공항에서 멀어서 차를 타고 꽤 이동해야 했다. 그 중간에 내려서 쉴 겸 필요한 물건들도 살 겸 포켓몬도 구경할 겸(?) 이온몰에 들렀다. 살짝 부모 취향 + 물품 구비를 위한 일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넓은 쇼핑몰이다 보니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어서 제일 신났었다.


포켓몬센터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캐릭터 샵이나 아이 용품점에서 보냈고, 아이 과자부터 비상시에 먹일 카레, 기저귀까지 필요한 건 다 있어서 쇼핑하기 좋았다.


그런데 너무 넓어서,, 아이가 신난 만큼 부모는 힘들었다는 것이 단점이랄까..


2일 차. 츄라우미 수족관

전체 규모는 작지만 고래상어를 수용할 만큼 커다란 수조가 있는 수족관으로, 수조 전면샷이 유명한 곳이다.

처음 가보는 수족관이라 아이가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아주 좋아했다.


여기저기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연신 "뭐야?"와 "우와"를 외쳤고, 특히 고래 상어를 보는 순간에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우와~~"하고 감탄했다. 


츄라우미 수족관의 고래상어


3일 차. 비세자키 해수욕장

오키나와의 스노클링 명소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물이 맑고 얕아서 좋았다. 3-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부모님과 스노클링을 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13개월 차 우리 아이는 부모 품에 안겨서 조심스럽게 물 위를 떠있는 것으로 만족했다.


스노클링을 굳이 하지 않아도 물이 매우 맑아서 물 바깥에서 육안으로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안에는 샤워장도 있어서 물놀이 후 함께 샤워도 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에 머리를 말렸다.


비세자키 해수욕장



기분이 우울할 땐 갑자기, <인생 13개월 차 아기와 해외여행>

총 평: 전지훈련급으로 힘들지만 금방 미화되어서 또 가고 싶어 짐

- 기분 회복력: 150% (체력은 -50%)

- 즐거움: ★★★★★

- 난이도: ★★★★★

- 총비용: 아직은 둘이서 다니는 여행과 비슷한 것 같다. 근데 짐은 둘이서 다니던 때보다 3배는 더 많아짐.

- 색깔로 표현한다면: 민트

- 코멘트: 여행 중에 영상을 많이 찍고 좋은 순간만 편집해서 가지고 있으면 미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5살 전까지 더 이상의 해외여행은 없을 거라던 짝꿍은 내가 만들어준 여행 영상을 보고 하루 만에 다음 여행을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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