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현명하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지금 회사에 입사한 지 이제 만 7개월 반 정도 되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내가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일하는 방식도, 사람들과의 소통도, 문제가 생겼을 때 떠오르는 해결책도 익숙해진 느낌.
그러다 보니 일이 점점 많아졌다.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진 것이다.
그렇게 익숙해진 환경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일이 많아지고 재밌어졌다.
이럴 때 나의 조증은 찾아온다.
이번주 금요일 퇴근 후, 문득 떠올랐다.
'아 나 지금 조증인가?'
여기서 말하는 나의 조증은 '내가 일에 몰입했을 때 밥을 덜 먹고 잠을 덜 자도 에너지 레벨이 항상 높은 기간'을 의미한다. 실제 조증과 같이 질병으로 진단될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증상은 비슷하다.
지난주부터 업무 시간에 일과 회의가 꽉꽉 차있고,
틈틈이 새로운 일이 추가되어 하루 안에 못할 만큼 쌓일 때도 종종 있었다.
다 내가 한다고 한 거라 적당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정도였는데, 그게 나의 몰입에 불을 지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약간 높은 난이도와 타이트한 일정. 그게 내가 몰입하게 되는 환경이다.
'재밌다!'는 마음으로 지난주를 보내고 이번주 중반쯤 되었을 때
내가 입맛이 없고 배가 고프지 않아서 밥을 덜 먹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아서 잠을 덜 자고, 그래도 에너지 레벨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조증 시기에는 늘 기분이 좋다. 뭔가를 하지 않아도(심지어 덜 해도) 에너지가 가득 차 있으니까.
대신 후폭풍이 두렵다. 이제는 여러 번의 조증 기간을 거치고 경험이 쌓이면서 처음보다는 무리도 덜하고 조절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조증 기간에는 평소보다는 무리를 하게 되기 마련이다.
특히 이번 조증은 정말 오랜만에 찾아왔다.
한 2년 혹은 그 이상 된 것 같은데.. 그래서 이번에는 기쁨과 걱정보다는 반가움이 더 컸다.
그리고 조증이 없었던 기간 동안 나는 또 성장했고 변화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 기간을 고맙게 생각하고 잘 다루면서 건강하게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조증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나에게 이 조증 기간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경험치 N배 버닝 타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조증 기간 동안 경험치를 최대한 많이 얻어야 했는데,
갑자기 시작된 조증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조증이 시작되자마자 최대로 달려 나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생각되었다.
단기적으로는 경험치를 조금 덜 얻더라도, '타임'을 길게 늘려보면 어떨까?
단기적인 버닝 타임은 에너지 소모가 크고 반작용도 크다.
장기적으로 작은 버닝 타임을 오래 유지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경험치도 비슷하거나 같을 뿐만 아니라 반작용도 적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가설이다.
이전에는 버닝 타임의 '버닝'에 집중했었다면, 이제는 '타임'에 집중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버닝 타임'을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답은 간단했다. 잘 먹을 것, 그리고 잘 잘 것.
이렇게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진리로 도달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