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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예지 Nov 16. 2024

과도기의 계절, 가을

잠시 속도를 늦춰보자

올해는 유독 혼란이 심했다. 

여름에서 겨울로 곧장 달려가나 싶더니, 금방 놓고 온 여름이 생각났는지 다시 여름을 닮아가던 가을. 

그러다가 비를 몇 번 맞고는 겨울로 질질 끌려가는 모양새다.


오락가락 한 날씨 때문에 올해는 예쁜 단풍을 보기는 어렵겠단 걱정을 했던 것이 무색하게

거리의 나무들은 어느새 노랗고 빨갛게 물들었고, 

여름에 머무를지 겨울로 넘어갈지 갈팡질팡 한 덕분에 올 수험생들은 수능날을 따뜻하게 맞을 수 있었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서는데 따뜻한 가을 냄새(기온은 봄과 같지만 냄새는 확연이 다른)가 났다.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가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다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큰 길가로 나오니 알록달록 물들어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나는 겨울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다 문득 놓고 온 여름이 그리워진 가을처럼 잠시 걸음을 늦추고 

길거리의 색이 바랜 나무들을 바라보며 깊게 심호흡을 해서 가을 냄새를 크게 들이마셔본다.


부드럽게 브레이크를 밟듯 서서히 속도가 줄어드는 그 감각이 

세상과 나의 속도를 동시에 늦추는 것 같아서 느낌이 좋았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걸까? 

두고 온 무언가가 그립진 않은가?


정신없는 하루하루 사이, 짧더라도 잠시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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