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기 #52

by yeji

어제는 독서모임 멤버들과 만나서 2025 연말정산을 적었다. 우리가 모인 공간은 신촌 독수리다방은 처음이었는데 공간도 넓고 아늑해서 또 가고 싶었다. 소모임용 방도 여러 개로 나눠져 있어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고 싶다면 정말 괜찮은 곳이다. 그 덕에 음료 1잔 가격이 싼 편은 아닌데 이해가 되고 블랙커피까지 리필된다고 하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올해는 내게 여러 기회가 주어졌던 보너스 타임과 같았다. 지금까지 하던 영역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새로운 포지션을 부여했다. 덕분에 홈런이나 안타를 날려야 하는 정규 시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투수의 간을 보면서 번트도 해보고 도루도 해볼 수 있었다. 제휴 담당자로, 광고 담당자로, PM으로, 파트너로 이런저런 능력을 테스트해 보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1년 내내 항상 어려운 지점이 있었다. 리더들과의 관계다. 며칠 전 조언받는 분께 들은 피드백 하나는 내가 상위 리더를 긴장시키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리더들에게 높은 기준과 태도를 숨기지 않고 요청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리더들이 나와 일을 할 때면 스스로 압박을 받는다는 것. 그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 스스로가 리더에게 요구하는 기준으로 움직이는 사람이고 리더들은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기 때문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언제나 나를 무서워한다. (무서워한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의 표현이니까 수용한다.)

올해 최소 3팀과 일했지만 팀원과의 관계는 유별난 문제 하나 없었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면 그들에겐 큰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리더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리더에겐 책임이 있다. 있어야만 한다. 그들에겐 보살펴야 하는 팀원이 최소 1명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그들도 그들의 자리가 처음이기 때문에 하게 되는 실수가 있다. 그런 생각을 더 우위에 둔다면 높은 기대를 가지는 나도 조금 더 낙차가 작지 않을까. 지금 대표와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조직에 있는 것도 이 낙차를 줄이기 위한 나만의 가설이다.

그럼에도 머리가 복잡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무력하다고 느껴질 때면 핑을 편다. 핑은 언제나 나의 생각을 바로 잡는다. 내 몫은 핑-까지다. 그 이후의 곡선은 나의 몫이 아니라는 걸 떠올린다. 나의 바운더리를 넘는 기대는 욕심이다. 욕심이 생기면 나쁜 결정에 더 가까워질 확률이 높아진다. 다만 그러려면 지금의 내가 더 가감 없이 과감하게 솔직하게 최선을 다해 핑을 해야 한다. 그걸 자꾸 까먹을 때 핑을 책상 앞으로 가져온다. 어제도 멤버들에게 소개했지만 핑은 내 첫 그림책이다. 매번 핑을 하지 않으면서 상대에게 기대만 하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어제도 딱 핑을 읽기 좋은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