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야기니까
연말 연초에는 선물을 많이 주고받습니다. 감사의 이유로, 응원한다는 마음으로, 좋은 일이 생겨서. 우리는 그렇게 나누며 그 시간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며 선물을 고르고 전달합니다. 하지만 선물을 받을 때는 고민 없이 그저 좋다가 막상 내가 선물을 하려고 하면 퍽 망설이게 됩니다. 이게 받는 이에게 유용할지, 혹시 가진 것은 아닐지, 취향이 아닌 건 아닐지 고민하게 되죠. 꽤 오랜 시간을 쓰게 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 우리는 선물하기 전에 종종 편집샵의 큐레이션을 의지하기도 합니다. 유명한 편집샵들은 검색만 조금 해봐도 딱 맞는 시즌별로, 취향별로, 가격대별로 이미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니까요. 포장도 예쁘게 준비되어 있어 옵션만 선택하면 끝입니다. 최근에 로파서울의 온라인 홈페이지를 보게 되었는데, 옆에서 직원이 말을 거는 듯이 모든 과정을 클릭만 하게 되어 있더라고요. 받는 이의 취향, 선물 포장은 물론이고 카드를 대필해 주는 서비스도 온라인으로 운영하고 있었어요. 주소까지 입력하면 택배로 딱 맞추어 발송이 되니, 세상에 이렇게 편리할 수가요.
저 역시도 선물 세트를 상품으로 구성해 본 적 있지만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기 힘들다 보니 상상하기가 힘들었어요. 결국은 항상 대중적으로 먹힐만한 무난한 상품과 가격대를 구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끔 명절이나 가정의 달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예쁜 패키지를 만들기 위해 매장에 있는 각인 기계로 직접 커스텀 고무도장을 만들거나, 중구에 있는 종이가게를 다녀오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혼자서 선물할 땐 아무래도 이렇게 하긴 어렵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선물에도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어요. 결국 선물도 저라는 사람을 드러내는 메시지가 되니까요. 우선 카테고리를 줄였습니다. 예전엔 중구난방 선물하다가 요즘엔 그림책과 와인, 디저트만 선물하고 있어요. 이렇게 카테고리를 제한한 것은 3가지 모두 제가 평소 좋아하는 것이기에 찾고 선택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써도 제가 대리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선물 받는 이와 선물하는 저의 이야기가 모두 담길 수 있다는 부분이 컸습니다.
그림책과 와인은 선물하는 경우가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1:1로 직접 만나거나 혹은 그 사람에게 그 타이밍에 꼭 전해야 하는 응원의 메시지는 그림책으로 합니다. 그림책은 짧지만 임팩트가 크고 명확해요. 저는 그 사람만을 위한 그림책을 찾기 위해 서점에 꽂힌 모든 책을 보거나 다른 지역 서점으로 가기도 해요. 제가 탐험한 시간과 그 책을 찾은 이유를 꼭 만나서 이야기해 줍니다. 1:다로 만나거나 1:1로 만나더라도 처음 뵙는 경우, 또는 개인적인 공간에서 식사를 함께 할 때 등은 와인과 디저트를 선호해요. 같은 것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디저트라면 개개인마다 맛 별로 고를 수도 있고, 제가 직접 먼저 먹어볼 수도 있으니 실패할 확률이 낮아요. 더욱이 와인 라벨은 그림책을 고르듯 메시지를 담아 선택할 수 있으니 안성맞춤입니다. 이렇게 제게도 사소한 선물의 전략이 있습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만의 선물 전략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걸 어떻게 고르는지 듣다 보면 당신을 조금 더 알게 될 수 있으니까요. 선물과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1월의 주말입니다.